로스쿨 도입등 사법개혁 큰틀 마련… 司改委 14개월 활동 마감

  • 입력 2004년 12월 29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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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가 27일 제27차 전체회의를 끝으로 1년 2개월여에 걸친 활동을 마감했다.

지난해 8월 대법관 선임방식을 둘러싸고 빚어진 파동을 계기로 청와대와 대법원이 ‘사법개혁 공동추진’을 합의함에 따라 탄생한 사개위는 법조계 법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사법제도의 근간을 바꿀 중요한 결론을 다수 내놓았다.

▽사개위의 활동과 성과=사개위 결론 중에서 가장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도입. 기존의 사법고시 제도를 폐지하고 법조인을 로스쿨 졸업생 중에서 선발하는 것이다. 1995년 1월 대법원이 세계화추진위원회와 합동으로 시작한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안 논의가 10년 만에 결실을 맺은 것. 하지만 법조계는 물론 기존 법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심해 구체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5∼9명의 일반 시민이 직업 법관과 함께 재판에 참여하는 국민사법참여제 도입 결정도 두드러진 성과다. 사개위는 2007년부터 배심제와 참심제의 요소를 혼합한 모델을 시행하고 2012년 제도를 완성하기로 했다.


‘고등법원 상고부’를 도입해 3심 재판의 대부분을 담당토록 함으로써 과중한 대법원의 업무부담을 줄여주고 ‘정책법원’이란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또 사법연수원 수료생 가운데 신규 법관을 대부분 충원해온 임용방식을 변경, 경력 5년 이상의 변호사와 검사 중에서 법관임용을 해마다 늘려 2012년까지는 신규 임용법관의 50%를 이들 중에서 선발하는 ‘법조 일원화’ 방안도 확정지었다.

이 밖에 형사사건의 신속처리절차 신설, 인신구속제도 개선, 국선변호 범위 확대, 형벌체계 합리적 재정립, 범죄 피해자 보호방안, 군 사법제도 개혁, 법조윤리 확립, ‘중앙법조윤리협의회’ 설치 등의 방안도 마련됐다.

▽후속작업 및 평가=사개위가 마련한 개혁안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내년 1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대통령 산하기구로 출범해 관련 법령을 제·개정한다. 운영시한은 2006년 12월.

사개추위는 또 형법체계에 대한 전반적 손질 작업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노동분쟁 해결절차 등 사개위에서 연구과제로 남겨놓은 안건에 대한 검토 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사개위의 활동과 관련해 김갑배(金甲培)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는 “종전의 사법개혁 시도가 거의 무위로 끝난 데 비해 이번 사개위 활동은 성공적이었다”며 “특히 후속기구를 둬 사개위 결론을 실행할 수 있게 한 것이 과거와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사개위에 참여했던 일부 위원들은 “사개위 활동 과정에서 대법원의 준비와 논리가 너무 강해서 시민단체 등 외부 위원들은 거의 끌려가는 분위기였다”며 “앞으로는 외부인사들도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조준희 司改委 위원장 인터뷰▼

“사법개혁위원회 활동은 끝났지만 사법개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조준희(趙準熙·사진) 사개위 위원장은 2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1년 2개월간의 사개위 활동을 마감하는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다음은 조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사개위 활동을 평가하면….

“사개위 결론이 지고지순한 것인지 아쉬운 면이 없진 않다. 하지만 사개위는 직역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국민의 이익을 우선해 열린 마음으로 운영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결론을 내기가 가장 어려웠던 주제는….

“대법원의 기능과 구성 문제를 놓고 가장 큰 산고를 겪었다. 다음은 법조인 양성 및 선발이었다. 국민의 사법참여 문제도 만만치 않았다.”

―로스쿨이나 국민의 사법참여제도가 사법시스템을 고비용 구조로 만든다는 비판도 있는데….

“법학교육의 황폐화와 고시낭인 등 더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로스쿨이 필요하다. 다만 사회상류층만 법조계에 접근 가능한 구조가 되지 않도록 장학금 제도 등이 마련돼야 한다. 국민의 사법참여제도도 비용은 많이 들지만 진정한 공판중심주의 실현, 사법투명성 확보, 다양한 가치관 반영 등을 위해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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