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능부정 계속 수사하겠다"

  • 입력 2004년 12월 2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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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내 입시학원장이 학원 수강생에게 컴퓨터를 이용해 답안을 문자메시지로 대량 발송한 사실이 드러난데 이어 경찰에 자수하는 대리시험 응시생들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찰측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정한 올 대학수학능력시험 표준점수 환산 제외대상자 확정기간인 6일 이전에 수사를 마무리 짓겠다"는 기존입장을 바꿔 "그 이후에도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이 이른바 '웹투폰(Web-to-Phone)' 문자메시지 수사, 지난해 대리시험 등 모든 종류의 부정행위의혹을 수사할 경우 형평성 논란, 교육일정 지연 등 부작용도 예상된다.

▽지난해 대리시험 자료 확보 쉬워=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교육청에 자료가 없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올해 대리시험만 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본보취재결과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중 경기, 부산, 대구, 경기, 광주, 제주, 충북 등 7곳에서는 지난해 자료를 보관하고 있었다.

구미, 강릉 등 일부 지역 교육청은 3년까지 보관한 곳도 상당수였다.

반면 서울, 인천, 충남, 전남, 강원, 대전, 경남, 전북, 울산 등 9곳은 지난해 자료가 모두 폐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각 교육청별로 보관, 폐기규정이 일률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각 고사장 별로도 편차가 심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연구관리처 조용웅 시행관리부장은 "원서와 문제지는 시험을 본 학교에서 자체 정리하라고 지침을 내릴뿐 별도 규정이 없다"면서 "보관학교가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폐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방문을 받은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대리시험도 수사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증거가 있으면 수사를 안 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면서도 "자료가 남아있는 지역만 과거 부정행위에 대해 수사할 경우 또다른 형평성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추가 부정행위 적발= 충북 청주 동부경찰서는 원생 중 한명으로부터 답안을 받은 뒤 컴퓨터를 이용해 답안을 10명의 수험생에게 전달한 B씨와 B씨에게 답안을 건네준 L씨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B씨(30)가 수능 보름 전 삼수생인 L씨(21)에게 부정행위를 제의하고 연습한 점, 수능 전날 원생 47명의 수험번호를 끝자리 숫자에 따라 홀수형, 짝수형으로 미리 나눠 놓은 점 등으로 미뤄 B씨가 L씨뿐 아니라 원생들과 조직적으로 사전 공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B씨가 L씨 등에게 "이번 일이 잘 되면 대학등록금 정도는 줄 수 있다"는 진술함에 따라 B씨가 수험생들로부터 금품을 받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대리시험 응시자들도 경찰 수사망이 좁혀 오자 속속 자수하고 있다. 대리시험을 본 김모씨(20·S대 2년·서울 마포구)와 수험생 김모씨(20·경기 수원시 장안구) 등 2명은 1일 밤 11시경 경기 수원중부경찰서에 자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경북의 한 초중학교 동창으로 삼수생이 대학생 친구를 찾아가 대리시험을 부탁하자 원서에 대학생 김씨의 인적사항을 기재해 접수한 뒤 경기 수원시 장안구 D고교에서 수능을 치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대학생 김씨가 먼저 수험생 김씨에게 '잠도 잘 못 자겠다. 자수하자'고 제의해 함께 자수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2일 위계에 위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수사허점=경찰의 수사가 진전되고 있는 것과 비례해 수사허점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일 "지난달 말 3개 이동통신사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 기록을 검토한 결과 1차로 걸러낸 580여건 안에 학원장이 가담한 사건의 번호는 제외됐다"고 밝혔다.

L씨가 6바이트(문자는 최대3개, 숫자는 최대6개)만 저장되는 한 통신회사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적발이 쉽지 않았기 때문.

또 경찰이 검찰에 이날 재신청한 압수수색영장에는 ?, 특수문자 등이 제외돼 '문자+숫자' 조합형 답안은 수사가 어렵게 됐다. 이로 인해 정답을 숫자가 아닌 가,나,다 또는 12345/ 등 각종 특수문자를 사용한 지능적인 범행이 방치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경찰청을 방문한 한나라당 '수능 부정대책 특별위원회' 원희룡(元喜龍) 의원장은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철저히 실태를 파악해야 하므로 수능 성적 산출 시점인 6일 이후에도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준영(許准榮) 서울지방경찰청장은 "6일 이후에라도 다른 혐의가 드러나면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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