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수능不正]경찰 발표-의문점

  • 입력 2004년 11월 22일 18시 26분


코멘트
《광주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 사건은 ‘대학 진학을 위해 수능 점수를 잘 받아 보려던 학생들의 치기 어린 행동(박현호 광주 동부경찰서장의 표현)’으로 일단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그동안의 수사상황을 종합해 22일 이 같은 내용의 1차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이 사건에 모두 141명이 연루됐다고 밝혔으나, 최대 관심사인 선후배간 ‘대물림’이나 브로커 개입 및 학부모 사전 인지 등의 의혹에 관해서는 “단서가 없다”며 부인했다. 그러나 ‘대물림’ 의혹에 대한 소문이 공공연히 퍼져 있는 데다 대학생들의 개입 경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 등 여전히 의문점이 많아 앞으로 규명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범행 전모=경찰에 따르면 범행의 첫 주동자로 알려진 S고 배모군(19)을 포함한 주모자 22명은 대부분 광주 모 중학교 출신 친구 사이. 이들은 9월 중순경 전국 모의고사가 끝난 뒤 B고 급식소 강당 5층에서 처음으로 모여 범행을 모의했다.

이들은 범행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성적 부진 학생을 중심으로 “시험과목당 50만원을 지불하면 수능 2, 3등급까지 성적을 올려주겠다”며 대상을 포섭했다. 이렇게 모은 42명의 학생들에게서 1인당 30만∼90만원씩 받아 모두 2085만원을 마련했다.

또 수능 2, 3등급에 속한 학생을 대상으로 “자신 있는 한 과목의 정답만 보내 주면 취약한 과목의 정답을 대가로 보내 주겠다”며 정답을 알려줄 속칭 ‘선수’ 39명을 포섭했다.

교육부총리 “죄송합니다”
안병영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22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휴대전화 수능 부정사건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경제기자

이후 주모자들은 정답을 중계할 후배 30명과 주범 중 하나인 재수생 C군의 대학생 친구들에게 이들의 관리를 맡김으로써 모든 인원을 확보했다.

범행에 사용된 휴대전화 50대는 10월 중순경 모두 인터넷을 통해 서울에 있는 모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택배로 구입한 것. 이후 11월 초순까지 학교 자율학습시간 등을 이용해 약 5회에 걸쳐 실전과 같은 훈련을 거치며 송신요령 등을 연습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모은 돈 2085만원 가운데 휴대전화 구입비 및 식비 등으로 1465만원을 사용했으며, 잔액 620만원은 통장 등에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문점 및 향후 수사=경찰은 이들이 거둬들인 돈과 사용액수 사용처 등이 모두 확인된 데다 외부로 흘러나간 돈이 없는 점, ‘목적 달성이 가능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엉성한 조직 구성 등으로 미뤄 외부 전문가의 수법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거듭 주장했다.

학부모들이 이를 사전에 알았다는 소문 역시 특별한 정황 증거가 포착되지 않은 데다 상식적으로 부정행위 사실을 알고도 묵인할 부모가 없을 것으로 보고 별다른 혐의가 없다고 처리했다.

그러나 경찰이 그동안 “대학생 가담자는 없다”고 여러 차례 밝힌 것과 달리 ‘중계관리자’ 역할을 맡은 대학생 7명의 존재가 새롭게 알려졌다. 더욱이 이들의 가담 이유 등이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교육인적자원부 광주시교육청 등의 인터넷 사이트에 ‘최근 몇 년간 부정행위가 계속돼 왔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는 점, 수능을 치른 일부 학생이 이 같은 부정행위를 직접 증언하고 있는 점 등이 이를 증폭시키고 있다.

한편 경찰은 앞으로 아직 검거되지 않은 56명의 신상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선수’ 및 ‘중계조’의 휴대전화 통화내용 등을 계속 확인해 보강수사를 펴 나간다는 방침이다.

광주=정양환기자 r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