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휴대폰 커닝 조직' 실제로 있었다?

  • 입력 2004년 11월 19일 20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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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인터넷상에서 ‘괴소문’으로만 떠돌던 휴대전화를 이용한 대입 부정행위가 일부 사실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8일 광주시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올 수능시험에서 브로커들이 과목당 30만∼50만원을 받고 휴대전화와 무전기로 정답을 알려주는 대규모 부정행위를 계획하고 있다”는 주장이 올라와 파문이 일었다.

이 글은 각 인터넷 사이트로 퍼져나갔고 유사한 제보 역시 잇따랐으나, 교육당국은 ‘헛소문’으로 일축하고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광주 동부경찰서는 지난 17일 치워진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대규모 부정행위가 이뤄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19일 “광주 S고등학교 L모군(19) 등 3명을 조사한 결과 2명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다른 수험생들에게 정답을 전송한 것으로 진술했다”며 “중학교 동창생 사이인 이들은 수능시험 전에 서로 실력이 모자라는 과목의 답을 문자 메시지를 통해 받기로 약속하고 예행연습을 하는 등 치밀한 모의를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 답안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신병이 확보된 학생들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확인한 결과 이들로부터 정답을 전송받은 혐의가 있는 학생들이 최소한 6개 고교, 40~5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수능 당일 휴대전화 등 불법기기가 반입된 경위에 대해 광주시 교육청 관계자를 불러 조사를 벌였다.

광주시 교육청 관계자는 “휴대전화 부정행위에 대해 홍보와 감독을 철저히 하도록 지도했는데 너무도 충격스럽다”며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으므로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른 입장과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대책회의와 공문 발송으로 철저한 대책을 세웠다고 장담했지만 이번 적발로 시험 관리를 허술하게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특히 광주시교육청은 인권침해 논란을 우려해 휴대전화를 자율적으로 반납하도록 유도하고 강제 조치를 취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부정행위 수법은 친구들끼리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정답을 주고 받는 단순한 방식.

인터넷에서 떠돌던 소문처럼 대규모 입시 브로커가 조직적으로 개입돼 금품을 주고 받으며 부정행위를 지휘했는지에 관해서는 확인된 바 없다.

경찰 관계자는 “수능시험 직후 익명의 한 수험생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부정행위 사실을 제보받아 수사에 착수했다”며 “대규모 부정행위에 대한 첩보가 입수됐으나 아직 구체적인 가담 규모를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돼 학교 밖 전문 브로커까지 밝혀질 경우, 대입관리 허점은 물론 수험생들 사이에서 수능 재시험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어 파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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