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고승철 칼럼]수험생을 위한 삶의 경제학

  • 입력 2004년 11월 16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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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입 수능 시험일, 하늘에 계신 부처님 하느님은 고민이 많으리라. 합격을 기원하는 간절한 목소리가 지상으로부터 무수히 올라오니 누구 것을 들어줘야 하나. 조상님들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 어느 자손이 합격하도록 음덕을 베풀어야 할까.

“모두가 희망하는 대학에 합격하라”는 덕담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 수능 응시자 60만여명 대부분이 이른바 ‘명문대’에 가고 싶어 하겠지만 그런 학교의 정원은 1만여명에 불과하지 않은가. 영국의 철학자 토머스 홉스는 “인간은 끝없이 팽창하는 욕망의 덩어리”라고 설파한 바 있다. 그 욕망을 채워 줄 자원은 한정돼 있다는 ‘희소성(稀少性)의 법칙’을 입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희소성과 합리적선택의 시간▼

희소성 때문에 인간은 끊임없이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없기에 그 가운데 일부만 골라야 한다. 공부하려면 노는 것을 포기해야 하고 놀려면 공부를 쉬어야 한다. 시간이라는 자원은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만 유한(有限)하게 주어진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명강의로 소문난 존 테일러 교수는 1996년 경제학원론 과목을 수강한 어느 2학년 학생에게서 진로 상담을 부탁받았다. 학업을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프로골퍼로 나가야 할지…. 지난 주말 한국에 잠시 머물렀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그 학생이었다. 우즈는 고민 끝에 학교를 그만두고 프로골프계에 뛰어들어 대성했다.

빌 게이츠도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하는 카드를 뽑아들었다. 그가 대학을 계속 다녔더라면 세계적인 거부가 되는 기회를 잡지 못했을지 모른다.

경제원리는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와 ‘주어진 조건 아래에서 나에게 가장 유리한 것을 합리적으로 선택한다’로 요약된다.

수험생 여러분, 이런 원리가 흥미롭지 않으신가. 앞으로 여러분이 살아갈 수십 년의 삶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경제원리 몇 가지를 더 소개하겠다.

하나,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수요에 맞춰 공급하면 헛수고를 하지 않는다. 팔리지 않는 물건을 만들면 재고로 쌓일 게 아닌가. 뮤지컬을 좋아하는 애인을 낚시터에 자꾸 데리고 가면 그 ‘작업’은 실패한다. 일자리가 없다고 실망하지 말고 직장이 원하는 자격조건을 갖추도록 하라.

둘, ‘자기 책임의 원리’를 깨닫자. 잘잘못의 최후 책임은 자기가 진다. 가고픈 대학에 못 간다 해서 부모님의 기도 부족이나 고교등급제, 사교육 탓으로만 돌리지 말라. 과거와 달리 교육방송, 인터넷 강의도 들을 수 있고 좋은 참고서도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자신이 공부를 덜 했다는 점을 인정하라.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원인을 늘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은 심성이 비뚤어져 불행해질 수 있다.

셋, ‘경쟁의 원리’를 존중하자. 개인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 달리기 대회에서 1등에게 상품을 많이 준다 해서 배 아파해서는 안 된다. 열심히 달린 사람을 우대하는 것을 당연시해야 한다. 물론 선천적인 악조건 때문에 경쟁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배려해야 한다.

▼인간을 사랑하는 ‘감성의 원리’▼

넷, ‘교환의 원리’를 실천하면 거래 쌍방은 모두 이익을 얻는다. 나에게 남아도는 사과와 다른 사람이 가진 바나나를 바꾸면 두 사람은 각각 두 가지 과일 맛을 보는 것 아닌가. 국가끼리의 무역도 그렇다. 두 나라 모두가 이익을 얻는 게 무역의 원리다.

경제원리만으로 인간행위를 설명하니 좀 삭막하지 않은가. 인간의 가치는 뼈와 살의 무게로만 환산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래서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것도 하나 추가하겠다.

다섯, ‘감성의 원리’라는 것. 삶의 의미를 깨달으려 노력하고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남을 도우라. 문학과 예술을 애호하고 무엇보다 인간을 사랑하라.

고승철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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