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보다 돈을 좇아 사라지는 유학생들

  • 입력 2004년 11월 9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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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모 대학에서는 지난 학기 중국 유학생 10여명이 차례로 사라졌다. 학교측은 본국의 집에 연락하는 등 수소문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학교측은 결국 이들을 제적 처리하고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 관계자는 “대부분 한 학기나 1년 동안은 열심히 다니다가 갑자기 종적을 감춰버린다”며 “입학할 때 연락이 됐던 본국의 부모와 친척들도 학생이 사라짐과 동시에 모두 연락이 끊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이 공장에 불법 취업했다는 얘기가 나중에 간간이 들려오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일하는지 알 수가 없어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유치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이처럼 불법체류 등을 위해 무단으로 대학을 이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지방 대학이나 전문대뿐 아니라 서울대 고려대 등 명문대에서도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

2002년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대 14명, 고려대 93명, 동아대 69명, 조선대 59명 등이 종적을 감춘 것으로 밝혀졌다.

많은 대학들은 신입생 확보가 힘든 상황에서 대학 재정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이미지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최근 중국 등지에서 유학생을 경쟁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에게 제출한 ‘외국인 유학생의 학교 이탈 현황’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 이탈자는 2002년 253명, 2003년 282명, 2004년 7월 현재 292명 등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자비 유학생이지만 대학에서 초청한 유학생도 73명에 이른다.

대학이 신고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이탈자가 모두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법무부는 추정하고 있다.

특히 입국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사라지는 등 아예 불법체류를 위해 유학을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은 특정 대학의 문제가 아니고 유학생을 유치한 거의 모든 대학의 고민”이라며 “모집과정에서 불법취업을 목적으로 입국하는 학생들을 걸러낼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충북 지역 모 대학 국제교류실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 중에는 생활비가 부족한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정식 취업은 힘들겠지만 이들에게도 우리나라 대학생들처럼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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