官街 ‘한가위 한파’… 지자체 추석경기 ‘싸늘’

  • 입력 2004년 9월 21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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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이야긴 꺼내지도 마세요.’

추석을 앞두고 지방 관가가 바짝 얼어붙었다. 최근 안상수 인천시장의 ‘굴비상자’ 파문에 이어 김주수 전 농림부 차관이 100만원을 받았다가 적발된 사건으로 인해 공무원들이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 여기에 정부 암행기동감찰반과 공무원노조 등에 의한 자체 감시가 강화된 탓도 있다.

특히 3월 개정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의 기부행위 금지 조항으로 인해 많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올해 추석부터는 선물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썰렁한 지방 관가=서울시의 경우 그동안 관례적으로 시정(市政)에 관련된 인사들에게 해오던 추석 선물 보내기를 이번에는 일절 하지 않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명절 때 국회의원이나 시의원 등 시정관련 인사 500여명에게 김 멸치 홍삼차 녹차세트 등을 보내곤 했으나 이번 추석 때는 일절 보내지 않기로 했으며 1만∼2만원짜리 직원용 격려품도 마련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해녕(曺海寧) 대구시장도 이번 추석에 어떤 선물도 주고받지 말라는 지시를 전 직원에게 내렸다. 지난 설 명절 때만 해도 시민과 기관단체장 등 200여명에게 ‘인사성’ 선물을 해 온 조 시장은 이번에는 ‘추석을 잘 쇠시라’는 서한만 보내기로 했다.

경기도지사 비서실은 손학규(孫鶴圭) 지사 앞으로 온 추석선물을 일일이 확인해 문제될 소지가 없는 소액 선물만 선별해서 받고 나머지는 선물을 보낸 이들을 찾아 돌려주고 있다.

충북도의 경우 일선 시군이 특산품 홍보를 겸해 도의 각 실국에 보내오던 사과나 밤, 고구마 등의 추석맞이 특산물 선물도 일절 금지했다.

▽추석 선물을 차단하라=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경남지역본부는 24일까지 20명으로 ‘추석절 부정부패 특별감시단’을 구성해 캠코더 등을 갖추고 시군을 돌며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철도청은 내방객의 방문에 따른 부조리 등 오해소지를 없애기 위해 아예 청사 2동 601호에 접견실을 별도 설치해 20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광주시직장협의회는 지난해까지 명절마다 해온 굴비판매 수익사업을 이번 추석부터 중단했다.

이에 따라 지역 유통업계는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추석 경기마저 사라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구 D백화점 특판팀 관계자는 “공직사회와 상공업계를 중심으로 선물 안 주고 안 받기가 확산되면서 선물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1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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