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교육 벗어날까]<下>교사-대학에 달렸다

  • 입력 2004년 8월 27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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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학년도부터 학교생활기록부의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학생 평가권을 가진 교사와 고등학교가 얼마나 충실하고 공정하게 학사관리를 하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학도 수능이나 학생부의 변별력만 탓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대학 특성에 맞는 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평가방법을 개발해야 할 입장이 됐다.

교육인적자원부 한석수 학사지원과장은 “교육부가 학생부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만큼 대학도 학생부 위주로 다양한 전형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부 위주의 대입제도가 제대로만 정착되면 교사의 학생 평가자료가 대입 전형의 주요 요소로 활용되기 때문에 고교 교육 정상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대학 입장에서 보면 사실상 교육부가 쥐고 있는 신입생 선발권을 확대해 대학별 특성에 따라 우수 학생을 뽑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고등학교가 학부모와 대학이 학생부를 전적으로 믿을 수 있을 만큼 공정하게 관리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교과 성적 평가는 둘째로 치더라도 독서, 특기, 봉사활동 등 비교과 영역은 교사의 주관적 평가의 소지가 많기 때문에 시비가 벌어질 공산이 크다.

따라서 교사가 작성한 학생부를 대학이 전적으로 믿고 주요 전형요소로 활용하고, 학부모와 학생 역시 교사의 평가를 공정한 것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

‘좋은 교사운동’의 송인수 상임총무는 “교사에게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교육의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의 교사들에 대한 신뢰도와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2년 30개 회원국, 18개 비회원국의 15세 이상 학생 각 5000여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교사가 모든 학생의 공부에 관심을 보인다’는 문항에 국내 학생들은 31%만 ‘그렇다’고 답해 회원국 평균 56%에 크게 못 미쳤다.

김진성 교육공동체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입시 방향은 옳지만 갈수록 교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제도 개혁도 중요하지만 교사들 스스로 달라져야겠다는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부 작성에 많은 정성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교사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이들을 설득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교육부도 교사의 책무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교과협의회를 활성화하고 교사별 평가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또 교사의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원을 늘리는 등 교사 사기 진작책도 마련 중이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개선안의 방향은 옳지만 현재와 같은 교육여건에서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

부산 용인고 박만제 교사는 “독서매뉴얼을 만들고 학습지도안을 공개한다고 수업과 평가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솔직히 크게 변한 2005학년도 대입제도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어 교육부가 뭘 또 바꾼다고 해도 관심이 없는 교사가 많다”고 말했다.

대학 역시 국가가 대행하다시피 해 온 신입생 선발 관행에서 벗어나 각 대학에 맞는 전형 방법을 개발하고 스스로 선발의 자율권을 확보해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동안 대학들도 수능 성적에 전적으로 의존해 손쉽게 신입생을 뽑아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2008학년도부터 수능성적이 9등급으로만 제시되기 때문에 나름대로 선발 기준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성균관대 입학처장을 지낸 황대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은 “대학들은 앞으로 고교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학생부 정보를 근거로 다양하고 효율적인 전형방식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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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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