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盧정권 하에선 주식투자 안해"

  • 입력 2004년 8월 3일 14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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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다시 지점 발령이 난 A증권 K씨는 지점 근무할 때 '관리하던' 거액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가가 이 정도 떨어졌으면 거의 바닥 수준입니다. 우량주 중심으로 저가 매수하면 수익이 쏠쏠할 것 같은데요."

"이 정권하에서는 주식투자 안합니다."

K씨는 일언지하 거절하는 고객의 즉답에 할 말을 잃었다. "오락가락하는 경제정책에 신물이 납니다. 뭘 한다고 해도 도통 믿을 수가 있어야지…."

이 고객은 "부자들이 돈 쓰는 걸 배 아파하는 세태가 한심스럽다"고 일갈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B증권 강남지점에서 거래하는 또 다른 큰손 고객은 총 투자자산 30억원 가운데 주식에 투자한 10억원을 전액 인출해 은행 예금으로 돌렸다. 전담 PB(프라이빗 뱅커)가 전하는 이 고객의 주장은 이렇다. "돈이 많으면 다 부도덕한 사람이냐. 좌(左)편향의 집권당을 어떻게 믿고 투자하란 말인가. 이런 위험부담을 안고 투자할 부자는 한명도 없다."

부자들이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 경기둔화와 실적부진, 국제유가 상승 등 증시 내부적인 요인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정책불신 부자 냉대 등 다분히 심리적인 요인도 적지 않다는 게 영업직원과 PB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주식매수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과 주식형 펀드자금의 급감 추세에서 개인고객의 증시이탈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저평가 논리가 힘을 잃는다. 현재 주식이 싼 것은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공감하는 대목이다. 근데 거기까지다.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제 아무리 주식이 싸더라도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오히려 외국인들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오락가락하는 정부정책에 실망매물을 던지는 순간에 외국인들은 '주식 바겐세일'을 즐기고 있다.

그 바겐세일에 토종투자자들은 없다. 그들이 선택했으니 누구를 탓하랴.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증시를 등지는 그들을 이대로 방치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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