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표명 曺국방 “단순사건 의외방향으로 증폭”

  • 입력 2004년 7월 27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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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길 국방장관이 사퇴 의사를 밝히기에 앞서 27일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서해 북한 함정 남하와 관련한 군 보고체계 문제로 국민에게 불안과 혼란을 준 것을 깊이 자성한다”고 사과했다.- 박경모기자
조영길 국방장관이 사퇴 의사를 밝히기에 앞서 27일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서해 북한 함정 남하와 관련한 군 보고체계 문제로 국민에게 불안과 혼란을 준 것을 깊이 자성한다”고 사과했다.- 박경모기자
27일 조영길(曺永吉) 국방부장관이 사의를 표명하자 국방부는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해 핫라인 보고누락’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군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고 결국 군의 사기 저하로 이어져 쇄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았다.

27일 조영길(曺永吉) 국방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것에 대해 국방부는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서해 핫라인 보고누락’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군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고 결국 군의 사기 저하로 이어져 쇄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았다.

▽사의 표명 배경=조 장관은 이날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사태는 박승춘 정보본부장이 전역을 자원했고 다른 관련자들도 구두 및 서면 경고를 받은 만큼 일단락됐다고 생각한다”며 “장관으로서 이제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닌가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임의 직접적인 원인이 서해 핫라인 보고 누락 사건이라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팩트(사실) 자체만 보면 매우 단순한 사건인데 의외의 방향으로 증폭돼 혼란스럽고 복잡하게 됐다”며 이번 사건을 ‘군(軍)-청(靑) 갈등’으로 바라본 여권과 언론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이라크 추가 파병, 주한미군 기지 이전, 자주국방을 위한 전력 강화 등 정권 차원의 주요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에 앞서 군에 대한 여론 악화가 정권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 장관이 “군 통수권자(대통령)에게 부담을 줬다”고 두세 차례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조 장관은 이날 오전까지 국무회의 참석 전 기자들의 질문에 “경질설은 나도 모르는 일이며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말하는 등 사임 의사를 전혀 비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무회의 이후 사임을 결심하신 것 같으며 점심식사 후 갑자기 국방부 차관과 합참의장을 불러 사임 의사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후임은 누구?=앞으로 급진전될 자주국방과 한미동맹 변화의 속도를 감당해 내고 끊어진 청와대와 군의 의사소통을 복원할 수 있는 사람이 기용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 내의 중론이다.

후임 장관으론 권영효(權永孝·육사 23기) 전 국방부 차관과 윤광웅(尹光雄·해사 20기) 대통령국방보좌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권 전 차관은 국방부 전력계획관과 조달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어 자주국방의 근간인 방산분야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점수를 얻고 있다. 국방부 재직 당시엔 합리적인 판단과 원만한 대인관계로 인해 덕장(德將)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윤 보좌관은 해군 참모차장 출신으로 장관에 발탁될 경우 육해공군의 균형적인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일부에선 윤 보좌관이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 출신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군맥(軍脈) 심기’로 비칠 수 있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

이 밖에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정영무(鄭永武·육사 22기) 전 국방개혁위원장은 한미관계 조율능력 등을 고려해 후임 장관 후보로 올랐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NLL 보고누락 구두-서면경고▼

‘서해 핫라인 보고 누락’ 사건의 책임자들에 대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시대로 중징계가 아닌 ‘경고적 조치’가 내려졌다.

국방부는 “어제(26일) 김종환 합동참모회의 의장이 관련 책임자들을 국방부 청사로 불러 구두 및 서면 경고를 했다”고 27일 밝혔다. 구두 및 서면 경고는 중징계(파면, 강등, 정직)와 경징계(감봉 근신 견책) 어느 쪽에도 포함되지 않는 낮은 수준의 문책이기 때문에 인사고과에도 공식 반영되지 않으며 관련자들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지도 않았다. 김 합참의장은 북 경비정의 호출 사실을 합동참모본부에 보고하지 않은 김성만 해군작전사령관(중장)과, 대북통신감청부대의 보고를 합참 정보본부장에게 전하지 않은 합참 정보본부 백운고 정보융합처장(준장) 등 장성 2명을 서면 경고했다.

김 의장은 또 합참 작전본부장과 정보본부장에게 각각 보고를 누락한 합참 지휘통제실장(대령), 정보본부 모 과장(대령)과 실무급 장교 등 3명에 대해선 구두로 경고했다. 당초 국방부와 합참은 책임자들을 중징계하는 방안을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대통령은 군의 사기를 고려해 ‘경고적 조치’를 지시한 바 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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