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상 필요해도 일방적 거래중단은 부당"

  • 입력 2004년 6월 24일 23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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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경영위기의 극복 등 사업 경영상 필요에 따라 다른 회사와의 계약을 종료했다 하더라도 공정한 시장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면 불공정 행위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24일 나왔다.

헌재의 결정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무혐의 처분을 취소하는 것으로 이 같은 결정은 처음 내려진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날 같은 사안에 대해 정반대 취지의 판결을 내려 논란이 예상된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이상경·李相京 재판관)는 이날 인천정유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무혐의 처분 취소 헌법소원 사건에서 “공정위는 현대오일뱅크의 인천정유에 대한 일방적인 계약 갱신 거절이 불공정 거래가 아니라며 내린 무혐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인천정유는 자사의 석유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해 온 현대오일뱅크가 2002년 3월 대규모 적자와 유동성 위기 등을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하자 공정위에 제소했으나 공정위는 “사업상의 필요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헌재는 “기업의 계약 갱신 거절 행위가 정당한지를 판단할 때 ‘사업 경영상의 이유’는 여러 참작 사유 중 하나일 뿐이며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어 “일방적으로 그 계약 갱신을 거절함으로써 상대 기업이 영업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시장의 공정거래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면 불공정 거래 행위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전고법은 이날 인천정유가 현대오일뱅크를 상대로 낸 ‘판매 대리점 계약 존속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현대오일뱅크의 계약 갱신 거절은 경영상 도산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뤄진 것으로 불공정 행위가 아니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인천정유에서 석유제품을 공급받아 온 현대오일뱅크는 2002년 3월 사업경영 위기 등을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했다.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대전고법의 판결을 그대로 확정할 경우 대법원의 판결과 헌재의 결정 중 어느 것이 우선할지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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