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택시]<下>해결책은 없나

  • 입력 2004년 6월 15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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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의 위기는 불경기로 인한 승객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택시가 너무 많은데다 당국의 관리감독 소홀 때문에 택시가 경쟁력을 완전히 잃었으며 이로 인해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많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회복되면 사정이 나아지겠지만 이 기회에 택시를 감차(減車)하는 등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택시 대수 줄여야=택시가 공급과잉이라는 점은 당국과 택시업계의 노사가 모두 공감하고 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택시 1대당 인구는 미국 뉴욕이 624명, 영국 런던이 453명인 데 비해 서울은 145명, 대구는 149명으로 택시가 너무 많은 게 현실이다.

서울은 5월 말 현재 7만927대. 1993년 이후 줄곧 ‘택시 7만대 정책’을 고수해 온 서울시도 지금은 5만대 정도가 적정한 수라고 보고 있다. 건교부는 최근 지역별로 택시의 총 대수를 정하고 이에 맞춰 택시의 면허를 제한하는 지역별 총량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국이 정확한 수요 예측 없이 무분별하게 면허를 발급해 이런 사태를 초래했으며 총량제만으로는 부족하고 정부가 나서 감차를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 대표는 “업주들이 스스로 줄이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 신도시가 생겨 신규 수요가 나면 인접 시군에서 50%를, 나머지 50%는 대도시에서 희망자에 한해 옮겨갈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식으로 감차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거리 해결해야=1997년부터 택시회사들은 미터기에 찍힌 택시운송수입금을 전액 가져가되 운전사에게 기본급에다 일정 기준 이상의 초과수입분을 나누어 주는 전액관리제를 실시하도록 돼 있다.

97년 이전에는 운전사가 매일 일정 기준의 액수만 회사에 내고 초과분은 자신이 가져가는 사납금제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민주택시연맹은 연료비나 사고처리비를 운전사에게 부담시키는 등 전액관리제를 위반하는 사업주가 많다며 이를 지키는 업체는 10%도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업주들은 “전액관리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며 대다수 운전사들도 전액관리제를 반대하고 있다”고 맞서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이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

전액관리제 시행에 대한 당국의 관리감독 소홀도 문제다. 서울의 한 구청은 업체들에 “언론에서 보도가 많이 되고 있으니 ○○일부터 단속을 할 계획이며 점검 일시는 하루 전에 유선 통보하겠다”고 ‘친절하게’ 공문까지 보낸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부가세의 사용도 논란거리. 정부는 1995년부터 운전사 처우 개선에 쓰라는 취지로 택시요금의 부가세를 50% 깎아주고 있지만 실제로 운전사들에게 지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건교부 박정희 운수정책과장은 “일부 업체가 부가세 경감분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은 사실”이라며 “올해부터는 월급명세서에 부가세 감면분을 표시하도록 하고 운전복이나 휴가비 등의 명목으로 지급했다는 주장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금 인상 필요한가=서울시는 하반기에 택시요금을 인상할 계획. 서울에서 요금이 오르면 전국적으로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운전사들은 요금 인상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요금을 올리면 손님이 더욱 줄어 택시업계가 고사한다는 것. 사업주들은 요금은 소폭만 인상하고 대신 법인세 등을 인하해 주고 6월 말로 끝나는 LPG 보조금 지급을 계속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통환경연구원 김기준 부원장은 “요금 인상만이 대안은 아니며 그 전에 노사간의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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