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폐지론]국립대 통합하면 국가경쟁력 커지나

  • 입력 2004년 5월 31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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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공립대 통합론’을 핵심으로 하는 ‘서울대 폐지론’이 본격 제기돼 앞으로의 논의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범국민교육연대’가 국립대 통합선발을 공개 주장해 온 데 이어 이를 공약으로 내건 민주노동당이 17대 국회에 진출하면서 담론 수준을 넘어 정책수립을 위한 공론화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 특히 대통령직속 교육혁신위원회가 ‘국립대 공동학위제’를 검토,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대학개혁 정책과도 맞물릴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서울대도 내외부 의견 수렴에 나서는 등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찬반 논란=서울대 폐지론에 대한 입장은 학벌주의와 대학서열화의 사회적 폐해에 대한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

폐지론자는 “학벌주의 폐해의 극복을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하자”고 주장한다. 서울대가 대학서열화를 통해 학벌주의를 재생산하고 기득권을 독점하므로 서울대를 없애지 않고서는 경쟁력 있는 인재를 키우기 어렵다는 것.

‘학벌 없는 사회’의 홍세화 공동대표는 “시험성적이 좋아 입학한 학생들이 능력도 사회의식도 검증받지 않은 채 출세를 위한 경쟁에서 승리한 뒤 권력을 독점하고 패거리를 지어 온 것이 서울대의 역사”라고 지적했다.

또 서울대가 국가 지원이라는 특혜를 누리고 있음에도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에 실패하고 있으므로 존속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서울대 수준의 투자를 국공립대 전반으로 확대하면 더 많은 인재가 생겨날 것”이라며 “입학 당시의 지위가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에 노력을 하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폐지론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서울대가 가진 기존의 경쟁력을 보강해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서울대 경제학과 이영훈 교수는 “실력이 없는데도 서울대 졸업생이라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서울대 출신들이 학연으로 사회구조를 왜곡시키고 있는지, 성공의 어디까지가 왜곡된 학연에 의한 것인지 증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다른 교수는 “서울대는 미국의 작은 주립대보다도 훨씬 뒤떨어지는 예산과 무능력한 관료주의의 간섭이라는 환경에서도 세계 최고의 대학들과 경쟁하고 있다”며 “서울대에 우수한 학생과 교수진이 모여 있기 때문에 그나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인사팀 관계자는 “서울대조차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며 “대학의 국제경쟁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학연 등 과거 문제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대의 대응=‘이번에 제기된 서울대 폐지론은 그 기세가 종전과 다르다. 결코 일과성 발언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서울대 총동창회보 5월호 시론 ‘관악춘추’)

서울대 내부에서 서울대 폐지론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가고 있다.

총동창회보에 대응을 촉구하는 시론이 실린 것이나 최근 총장이 직접 교수들에게 ‘서울대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국민의 지지와 신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서울대는 일단 정원감축 및 학부대학체제로의 개편을 통해 기초교육을 강화하는 등 자체개혁으로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유근배 기획실장은 “서울대의 과오를 돌아보고 의연하게 문제를 개선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서울대 폐지론(국공립대 통합론)이란▼

민주노동당 등이 주장하고 있는 서울대 폐지론은 정확히 말하면 국공립대 통합론이다.

서울대를 비롯한 모든 국공립대를 하나의 대학으로 묶어 각 캠퍼스에서 학사관리를 하되 졸업장에는 캠퍼스 이름을 뺀 ‘국립대’만 적시하자는 것. 의대, 법대 등은 학부에서 모두 폐지하고 국공립대 졸업정원제를 도입해 학교간 경쟁이 아닌 동일 전공분야별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문성준 민주노총 정책위원회 교육정책담당 부장은 “연세대 고려대 등 명문사립대 역시 장기적으로 국공립대의 틀로 불러들일 것”이라며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 의존율이 높으므로 국립대와의 경쟁 과정에서 밀려 자연스럽게 편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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