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위 ‘과격’버리고 ‘재미’택했다

  • 입력 2004년 4월 2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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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이화여대 교정에서 열린 ‘신촌대학가의 교육환경 수호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이화여대 응원단의 화려한 율동을 바라보며 흥겨워하고 있다. -박주일기자
28일 서울 이화여대 교정에서 열린 ‘신촌대학가의 교육환경 수호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이화여대 응원단의 화려한 율동을 바라보며 흥겨워하고 있다. -박주일기자
대학가 시위의 유형이 크게 변하고 있다.

학내문제뿐 아니라 주변의 교육환경 수호활동에 나서기도 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거는 각종 퍼포먼스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신촌의 ‘향락문화 몰아내기’ 운동=“신촌은 우리의 배움터다. 향락문화 몰아내자!”

28일 오후 서울 신촌 지역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이색적인 거리 집회를 벌였다.

상업화되는 신촌 대학가의 교육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이화여대 ‘교육환경을 위한 교수모임’(대표 김혜숙)과 총학생회, 이화여대 연세대 서강대 홍익대 등 신촌 지역 풍물패 소속 학생들이 공동으로 ‘신촌 대학가 교육환경수호를 위한 결의대회’를 가진 것.

참가자들은 이화여대에서 결의대회를 가진 뒤 저마다 ‘대학의 순수한 의지’를 상징하는 하얀 옷을 입고 피켓을 든 채 이화여대 정문에서 신촌 현대백화점을 30여분 동안 왕복하는 평화행진을 벌였다.

피켓에는 ‘신촌에 지성을, 대학가에 낭만을’ ‘교육환경 침해하는 상업공간 반대한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김혜숙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는 결의문에서 “우리나라의 미래가 담긴 대학가가 왜곡된 상업문화에 짓밟혀 질식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경희 이화여대 총학생회장도 “넘쳐나는 술집과 옷가게에 밀려난 교육환경권을 지키기 위해 상업주의에 반대하는 여론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패러디 시위의 유행=총장실 점거나 수업거부 등 학내 문제를 놓고 보여줬던 과격양상도 변하고 있다.

2월 초순 서울 K대학의 캠퍼스 안에는 예비군 군복을 입고 얼굴에 검은색 카무플라주(일종의 물감)를 칠한 10명이 말없이 서 있었다. 이들은 영화 실미도의 홍보물에 나온 문구를 빗대 ‘학교는 우리를 버렸다’라는 플래카드를 내세워 등록금 문제와 관련한 학교측의 불성실한 태도를 비꼬았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또 본관 입구에 개 2마리를 풀어놓은 뒤 ‘대학행정은 개판’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거는 ‘개판시위’를 선보이는가 하면 수탉 한 마리를 닭장에 가둔 뒤 학생들이 지나가는 거리에 놓아두는 ‘닭장시위’를 펼쳤다.

3월 광화문 촛불집회에서는 경기 S대생 10여명이 각설이 복장을 하고 북과 꽹과리를 치며 시위현장을 누볐다. 이른바 ‘등록금 구걸단’을 조직한 이 대학 김주이씨(23·사학과)는 “등록금 인상문제는 전사회적인 관심 속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학 학생 권은주씨(25·호텔관광학과)는 “이색 퍼포먼스 형태의 시위는 거부감도 없는데다 아이디어까지 돋보여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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