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신용불량자 400만명]신용구제대책 효과있나

  • 입력 2004년 2월 25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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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빚 300만원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던 하나은행 고객 김모씨(27)는 25일 이 은행의 채권관리센터에 일자리를 구했다.

하나은행이 23일부터 시작한 ‘맞춤식 신용회복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해 직원으로 채용된 것. 빚이 장기 대출로 전환돼 신용불량자 딱지도 뗐다.

하나은행은 대상자(500만원 이하를 연체한 신용불량 고객) 1만8900명 가운데 25일까지 1600명의 빚을 장기 대출로 돌리고 3명에게 일자리를 알선했다. 다음달 말까지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은행이 일자리를 제공해 신용불량 고객을 구제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0∼12월 3개월 동안 국민은행에만 빚을 진 신용불량 고객과 개별 채무재조정 협상을 벌여 2만명을 신용불량자 대열에서 구제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3800명이 채무재조정안에 따른 원리금을 못 갚아 다시 신용불량자 대열에 합류했다.

국민은행 윤종규(尹鍾圭) 부행장은 “신용불량 고객들에게 은행 대출업체의 노무직 등을 알선하려 시도했지만 ‘그런 힘든 일은 못 한다’는 이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등 10개 금융회사 가운데 2개 이상에 빚을 진 다중채무 신용불량자는 모두 85만여명이고 갚아야 할 빚은 모두 5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3만5000여명(부채 규모 2000억원)만이 채권단과의 채무재조정이나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나머지 81만5000명은 심사 중이거나 아무 대책이 없는 경우”라고 말했다.

2002년 10월 출범한 신용회복위원회에는 지난달까지 6만6726명이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그러나 채무조정안이 확정된 사람은 신청자의 61.6%인 4만1086명으로 지난해 말 현재의 신용불량자 372만여명의 1%를 조금 웃돌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임병철(林炳喆) 박사는 “경기가 회복돼 신용불량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는 것 외에는 획기적인 대안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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