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교 평준화에 매달릴 때 지났다

  • 입력 2004년 2월 23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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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고교 평준화 정책에 대한 기존 연구 결과를 뒤집는 실증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비평준화지역 학교가 평준화지역보다 학생 학업 성적을 상위권이나 비상위권에 관계없이 ‘골고루 크게’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이로써 고교 평준화 정책에 관한 지루한 논의를 계속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음이 다시 확인됐다. 평준화가 학력을 저하시켰다는 근거가 없다는 식의 궤변을 그치고 평준화 이후의 공교육을 생각해야 할 때다.

물론 학교가 공부만 하는 장소는 아니며 인격을 닦는 공동체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공교육의 첫 번째 존재 이유는 저마다의 잠재력을 키우고 사회생활에 필요한 실력을 쌓는 데 있다. 국가의 인적 자원이 그 나라 경제는 물론 국운을 좌우하게 된 글로벌 경쟁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어떤 교육정책이 이에 적합한지 분명해진 이상 맹목적 평등주의, 평준화 숭배 논리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

비평준화지역 학생들의 성적이 향상된 것은 학생이 학교를 선택하고 학교는 학생을 선별해 교육하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생 능력에 맞춰 효율적 수업을 할 수 있으며 학교 역시 학생 유치 경쟁을 함으로써 교육의 품질을 향상시킨 것이다.

교육개혁은 이같이 공교육의 질을 한 차원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가 특목고부터 사립학교까지, 교육과정은 물론 교원정책 학급편성 등을 획일적으로 간섭하는 것은 교육경쟁력 발전을 막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30년 전 평준화 이전 시대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규제 완화, 학교자율성 회복의 대전제를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부모와 학생에게 사립학교에 대한 학교 선택권의 폭을 넓혀 주는 것을 포함해 평준화정책의 획기적인 개선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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