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유학 과장광고 조심…대입실패 수험생 피해 급증

  • 입력 2004년 2월 9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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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에 낙방한 이모군(18)은 최근 한 어학원으로부터 외국 대학 연수를 권유하는 홍보 우편물을 받았다.

‘중국 대학과 자매결연을 한 본 어학원에서 1년간 공부한 뒤 중국어 능력시험인 한어수평고시(HSK) 6급 이상을 취득하면 중국 대학 2학년에 편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군은 이 홍보 내용의 신빙성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한국에서 1년 수강료로 1200만원을 내고 공부를 하더라도 중국에서 대학 수업을 들을 수 있을지 의문이 갔기 때문이다.

▽홍보 실태=최근 대학입시에 낙방한 수험생들을 상대로 ‘무시험 대입’ ‘인터넷 유학’ 등을 내걸고 판촉 활동을 하는 사설 유학원과 어학원들이 많다. 이들은 미국 중국 일본은 물론 러시아 동유럽권 대학에서 학위를 얻을 수 있게 해준다고 선전하고 있다. 전공도 국내 대학만큼 다양하다.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 학생만을 위한 별도 과정을 만들어 변칙적으로 학사운영을 하는 대학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 유학하더라도 언어장벽 때문에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적지 않다.

‘러시아 대학과 미국 혹은 캐나다 대학을 2년씩 다녀 학위 2개를 동시에 딴다’고 선전하는 유학원도 있다. 입학 전 러시아와 미국 혹은 캐나다에서 6개월씩 어학 연수를 받고 2년씩 양 대학에서 수업을 듣는 과정이다.

학부모 윤모씨(46·여)는 “입학시험이 없어 매력적이지만 러시아어와 영어를 6개월 만에 대학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 사립대 ‘통신 유학과정’에 합격한 이모씨(21)는 현재 휴학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당초 통신학습으로 1, 2학년 과정을 마친 뒤 일본 대학에 3학년으로 편입할 계획이었지만 한국에서 혼자 통신교재로 전공 과목을 공부해 리포트를 쓰고 정기적으로 일본에 건너가 시험을 치르기가 수월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명문대 학위를 받으려면 매우 힘들게 공부해야 하는데 유학원측이 ‘무시험 서류전형 입학’만을 강조해 선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 사례 급증=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유학 연수 등과 관련해 유학원이나 알선업체를 대상으로 한 불만 상담 접수 건수는 2000년도 200건에서 2001년 302건, 2002년 283건, 2003년 426건으로 3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신중한 결정을 당부하고 있다. ‘유학지상주의’ 풍조 탓에 젊은층이 외국 대학의 ‘학위장사’에 휘둘려 20대 초반을 허송세월할 개연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양대 교육학과 노종희(盧宗熙) 교수는 “유학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곳이 드물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유학원의 과장광고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유학생 수가 갈수록 늘어나느니만큼 교육당국도 정확한 유학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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