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입시비리에서 연구비 유용까지

  • 입력 2004년 2월 9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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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체육대 교수가 돈 받고 실기점수를 조작해 구속되는가 하면 연세대 어문학부 교수들이 국고 연구비 10%를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사건을 일부 교수의 단순한 개인비리로 넘기기엔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과 파장이 적지 않다.

아무리 세상이 혼탁해도 우리가 교수사회에 기대하는 최소한의 도덕성이라는 것이 있다. 양심적 지식인이라거나 곧고 바른 선비상(像) 등이 그것이다. 정치판이 불법 정치자금으로 떠들썩하고 구석구석 부패와 비리가 판친다 해도 대학사회만은 온전한 상아탑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심정이다. 그런데 돈 몇 푼 때문에 명문대 교수들이 일반인의 상식에조차 어긋나는 일을 저지르다니 실망이 크다.

특히 부정입학 혐의로 구속된 이화여대 체육대 교수 자택에서 차명계좌와 함께 명품가방 양주 스카프 등 백화점 수준의 금품이 나왔다는 것은 ‘대학판 가방떼기’ 비리가 아닐 수 없다. 차제에 다른 교수, 다른 대학에도 비슷한 비리가 없는지 수사를 확대해 체대 입시부정 의혹을 없애야 한다. 음대, 미대의 경우 채점 교수와 수험생 사이에 차단막을 설치하는 등 입시부정을 막을 제도적 보완장치가 있지만 체대는 이 같은 장치가 없어 입시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교수들의 연구비 유용 사실을 확인한 학술진흥재단은 관련 교수의 징계를 요구하고 연구비를 삭감키로 했다고 하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른 대학에도 유사한 사례가 없는지 국고 연구비에 대한 전면적 조사와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대학 스스로도 땅에 떨어진 교육자의 위신을 다시 세울 통렬한 자기비판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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