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전자공고 발명동아리 장애인-노인 재활기구 개발

  • 입력 2004년 1월 9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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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전춘자씨가 구미전자공고 발명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재활의자에서 팔 운동을 하고 있다. -구미=이권효기자
주부 전춘자씨가 구미전자공고 발명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재활의자에서 팔 운동을 하고 있다. -구미=이권효기자
“어, 팔이 올라가네?”

6일 오후 경북 구미시 지산동 구미보건소 2층 재활실. 뇌졸중으로 왼쪽 신체가 마비된 주부 전춘자씨(56·구미시 황상동)가 왼손을 10년 만에 혼자 힘으로 들어올렸다. 재활용 의자에 앉아 신기한 듯 양 팔을 위아래로 움직이던 전씨의 얼굴에 마침내 웃음꽃이 번졌다.

전씨가 앉아 있는 의자는 한쪽 팔을 당기면 다른 쪽 팔도 움직일 수 있도록 고안된 재활용 특수의자이다.

고교생 서너 명이 의자 주위에서 전씨의 움직임을 꼼꼼히 살피며 “이렇게 하면 더 좋겠다”고 속삭였다. 이들은 이 의자를 만든 구미전자공고(교장 강극수·姜克秀) 발명동아리 ‘동락BC(비즈니스 센터)’ 회원. 이들은 신체가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들이 만든 의자를 보건소에 기증했다.

전씨는 “오랫동안 마비된 팔이 살아나는 것 같다”면서 “아이들이 몸이 불편한 어른들을 위해 이런 물건을 만들어 주다니 참 대견하다”며 흐뭇해했다.

3년 전 교내 발명동아리로 출발한 동락BC는 재작년 과학기술부와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전국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에서 단체상을 받으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8월에는 구미 금오공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장애인 및 노인 재활기구 개발업체로 등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고교생으로선 유일하게 중소기업청이 마련한 일본벤처기업 연수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들은 장애 상태에 맞는 다양한 재활기구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재활기구 개발에 나섰다. 회원 12명은 겨울방학에 창업센터에서 재활기구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눈코 뜰 새 없다.

3월 경북대 공대에 진학하는 김인학(金仁學·19·경남 밀양시)군은 “3년 동안 머리를 싸맸더니 이제 재활기구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알 듯하다”면서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고 교통사고 등으로 장애인이 늘어나고 있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재활기구를 빨리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군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충전이 끝나면 소리로 알려주는 장치를 개발해 지난해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다.

구미보건소 재활실 이철규(李澈圭·50)씨는 “기존의 재활기구 중에는 사용하기가 불편한 것이 많다”면서 “학생들이 만든 기구는 사용하기 쉽다”고 말했다.

구미=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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