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 떠난 전재규 대원 몫까지…남극 남아 임무 완수”

  • 입력 2003년 12월 10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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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 끝까지 남아 연구 활동을 계속하겠다.”

남극 세종과학기지 주변 바다에서 실종됐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강천윤 부대장 겸 연구반장(39) 등 7명의 대원들은 “아깝게 목숨을 잃은 전재규 연구원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서라도 연구활동을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10일 한국해양연구원에 따르면 강 부대장과 김정한 연구원(27), 최남열 기계설비 담당대원(37) 등 3명은 9일 오후 1시20분경(현지시간) 세종기지로 귀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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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3명은 귀국길에 오른 제16차 월동(越冬)대원 24명을 칠레 프레이 공군기지에 후송한 뒤 세종기지로 돌아오다 실종됐으나 약 51시간 만에 칠레 공군헬기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들은 마중 나온 윤호일 제17차 월동대장(43)을 얼싸안고 전 연구원의 이름을 외치며 오열을 터뜨렸다.

이어 세종기지 본관에 마련된 빈소로 들어가 무릎을 꿇은 채 전 대원의 영정을 부여잡고 또 한번 울음을 쏟아냈다.

강 부대장 일행은 의료진과 동료대원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점심식사를 거른 채 전 연구원이 탔던 세종1호의 조난소식 등에 대해 자세하게 전해 들었다.

강 부대장 등 세종2호 탑승자 3명과 김홍귀 대원(31) 등 세종1호 탑승자 4명은 이 자리에서 “모든 대원이 힘을 합쳐 과업을 완성하는 게 전 연구원의 죽음을 값지게 하는 것”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윤 대장은 이날 김현영 해양연구원 극지연구소 운영실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세종기지에 있는 대원들은 더욱 끈끈한 유대감으로 뭉쳐져 있으며 남극으로 출발하기 전보다 더 사기가 높다”고 말했다.

당초 해양연구원측은 이번 세종기지 조난사고로 대원들이 정신적 육체적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본인이 원하면 귀국 조치할 방침이었다.

한편 세종기지는 전 연구원의 영결식이 엄수되는 15일 이후에 사고 이전 수준의 정상적인 연구활동에 나서기로 하고 업무 재개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세종기지는 우선 러시아로부터 빌린 5000t급 연구선을 해양 탐사활동에 투입하기로 하고 잃어버린 고무보트 2대를 조기에 보급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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