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종호/大入제도까지 다시 논의하자

  • 입력 2003년 11월 25일 18시 40분


코멘트
날개 없는 추락인가.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국가시험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인 공신력에 심각한 도전을 받은 시험이었다. 출제위원 선정, 사전 문제 유출 의혹에 이어 급기야 복수 정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일련의 과정은 수능에 대한 불신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 修能혼란 더 커지기 전에…▼

지금도 수능이 이처럼 혼란스러운데 2005년부터는 7차 교육과정 실시에 따라 수능 형식 자체가 크게 변한다고 하니, 또 얼마나 더 혼란을 가져올지 걱정부터 앞선다.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을 원하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기는커녕 교육에 대한 불신을 점점 심화시키기만 하는 것 같아 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착잡함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

2004학년도 수능의 공신력 추락과 관련해 논란을 촉발한 것은 현직 학원 강사를 출제위원으로 선정한 것이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으로는 영역별 출제위원장이 자신의 지인(知人)들을 중심으로 일부 출제위원들을 추천하는 현행 방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인을 중심으로 출제위원단을 구성하는 경우 출제위원 자격에 대한 엄정한 심사가 이뤄지기 어렵고, 출제 문제의 선정과 검토 과정에서 철저한 상호 견제가 어렵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다른 국가시험에서처럼 문제출제위원과 문제선정위원을 이원화해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책임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에서 모든 출제위원들을 직접 선정하고, 이들이 개별적으로 문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하며, 선정위원들은 3∼5배수로 출제된 문제들을 검토 선정 개선하는 역할을 수행하면 될 것이다. 이원적 운영을 통해 복수 정답 시비나 출제위원 명단 누출에 따른 문제 유출 가능성 등의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수능 출제 관련 위원들의 업무수행과 관련된 비밀유지를 강제할 수 있는 조항들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2004학년도 수능의 공신력에 큰 흠집을 남긴 또 다른 사건은 복수 정답의 인정이다. 교육적으로 볼 때 복수 정답을 인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이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비공식적 채널을 통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이의 신청에 따라 교육과정평가원이 이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복수 정답을 인정한 것은 수능의 공신력에 큰 타격을 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시험과 마찬가지로 일정 기간 이의 신청 기간을 두고 정답 시비가 있는 문제들을 수렴하도록 하고, 이를 영역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검토하는 과정을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위원회에는 출제위원들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객관성 확보 차원에서 바람직할 것이다.

수능 총점의 비공개 문제도 이제 심각하게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본다. 현재 교육인적자원부는 대학 서열화를 막고 적성에 맞는 대학 진학을 유도한다는 이유로 수능 총점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부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대학들이 총점에 근거해 신입생들을 선발하고 있고, 학생들은 사설학원들이 추정하는 자료들을 통해 대학을 선택하는 진풍경이 나타나고 있다. 수능 총점 비공개 방침이 원래의 취지를 실현하는 데 효과적이지 못하다면 진학지도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총점 비공개 등도 문제 소지 ▼

마지막으로 수능을 포함한 대학입학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1994년 수능이 도입될 때 그 취지는 학교교과 외에 다른 내용들을 폭넓게 공부하도록 함으로써 지식 위주가 아닌 사고력 위주의 학교교육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행 지식교과 중심의 학교 교육과정을 그대로 놓아둔 채 입시제도만 바꿈으로써 학교의 기본적 교육기능을 사설교육기관이 대체하는 기현상이 초래됐다. 전반적인 대학입학제도의 개선은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구체적으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신종호 서울대 교수·교육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