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교수도 몰라보고…”체육특기생은 ‘특혜생’

  • 입력 2003년 10월 22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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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모대학 사회체육학부 A교수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이달 7일 평양의 유경정주영체육관 개관 기념 남북통일농구대회에 초청받아 갔다가 남측 주전선수로 뛰고 있는 제자를 만났지만 그 제자가 인사도 하지 않고 지나쳐 버렸다. A교수가 제자에게 다가가 “내가 자네가 다닌 사회체육학부 교수네”라고 말하자 그때서야 그 선수는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지만, 끝내 자신을 알아보지는 못했다는 것.

해당 선수는 지난해 2월 학교를 졸업하고 프로구단에 입단해 ‘차세대 국보급 선수’로 불리며 맹활약하고 있다. A교수에 따르면 그 선수는 대학 재학기간 중 자신의 강의가 전공과목인데도 단 한 시간도 강의를 들은 적이 없었다.

A교수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며 “오래전에 수업에 한 번도 들어오지 않은 체육특기생에게 F학점을 줬는데 대학 본부측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C로 바꾸어 놓은 것을 본 이후 특기생에 대해서는 마음을 비웠다”고 말했다.

체육시민연대 안민석(安敏錫) 집행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체육특기생에 대한 학사관리는 선진국 대학은 물론 국가체육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보다도 못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청소년 선수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오후 3시까지는 학교수업을 들은 이후 훈련에 들어가는 등 정상적인 학교 교육과 체육특기생 교육을 모두 받는다는 것.

반면, 우리나라 체육특기생들은 고교생 때부터 ‘운동기계’로 전락한 지 오래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현재 12만명에 달하는 초중고교 운동선수 중 절대다수가 결국 체육이 아닌 일반 직장을 선택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같은 시스템은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대학 운동선수라도 평균 B학점 이상을 유지하지 못하면 다음 학기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

체육특기생 제도의 문제가 이처럼 심각한데도 정부는 소관 부서조차 명확하지 않을 정도로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학교 체육은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와 학교정책과에 실무자가 1명씩 있으나, 체육특기생에 관한 제반사항은 문화관광부 산하 대한체육회에서 담당한다.

교육부 강성철 연구사는 “체육특기생을 학생으로 보느냐, 선수로 보느냐에 따라 소관부서가 달라지는 애매함이 있다”며 “문제점을 인식하고 문화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형식(韓亨植) 전 서울체고 교장은 “대학진학 등을 위해 특기생 당사자, 지도자, 학부모가 일종의 담합을 하는 만큼 정부의 의지 없이는 특기생 제도의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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