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16일 ‘한국의 슈바이처’ 이영춘박사 탄생 100주년

  • 입력 2003년 10월 13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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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의 질병 퇴치에 평생을 바쳐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리는 쌍천(雙川) 이영춘(李永春 1903∼1980) 박사가 16일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이 박사는 일제시대 때부터 40여년 동안 전북 군산 일대에서 가난과 질병에 허덕이던 농민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농촌보건운동의 선구자였다.

특히 그는 우리 민족의 3대 질병으로 결핵, 매독, 기생충을 들고 이를 퇴치하기 위해 헌신했으며 우리나라 최초로 양호 교사제와 지역 주민 의료보험을 실시하기도 했다.

군산시는 이 박사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강근호(姜根鎬) 시장을 위원장으로 ‘고 이영춘 박사 추모위원회’를 구성했으며 16일을 전후해 추모 음악회와 기념관 개관, 추모비 제막식 등 다채로운 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1903년 평안남도 용강에서 태어난 이 박사는 평양고보를 졸업하고 교사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다가 갑작스런 병으로 사직한 뒤 독학으로 1925년에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해 1929년에 졸업했다.

그는 일제치하에서 가난과 무지, 질병으로 고생하는 농촌 주민들을 돕기 위해 1935년에 전북 군산시(당시 옥구군) 구마모토 농장의 의사로 자원했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호남평야의 넓은 들판을 누비며 20∼30리 길을 멀다 하지 않고 무료 왕진을 다녔으며 사재를 털어 기아에 허덕이던 농민들을 돌보았다.

바쁜 와중에서도 1938년에 그의 박사학위 논문이 통과되자 당시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조선인 교수 밑에서 연구한 순 국산 박사가 탄생하여 조선 민족의 우수성을 과시하였다”고 칭찬했다.

그는 이듬해 개정보통학교를 시작으로 군산시내 초등학교에 위생실을 설치하고 양호교사를 채용,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양호교사 제도를 도입했다.

해방 후인 1948년에는 6개 과를 갖춘 농민의료시설인 개정중앙병원을 군산에 개원했다.

당시 개원식은 농민 6000여명과 함께 백범 김구, 신익희, 조봉암 선생 등이 참석해 성대하게 치러졌다.

그는 73년 옥구군 주민 2000여명으로 구성된 의료조합을 구성, 매달 50원씩만 내고 무료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이 조합이 우리나라 의료보험사업의 효시가 됐다.

이 박사는 80년 11월25일 지병인 천식이 악화돼 별세했으며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받았다.

군산=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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