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2호 원각사지석탑 훼손 우려

  • 입력 2003년 10월 1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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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2호인 원각사지 10층석탑의 유리보호각 아래 바닥돌이 보기 흉하게 튀어나와 있다. -이광표기자
국보 2호인 원각사지 10층석탑의 유리보호각 아래 바닥돌이 보기 흉하게 튀어나와 있다. -이광표기자
국보 2호 원각사지 10층석탑(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유리 보호각의 유리에 금이 가고 보호각 기둥 옆 바닥돌(일종의 보도블록)이 뒤틀리는 등 보호각 안전에 이상이 생겼다.

유리 조각이 보호각 내부로 튕겨나갈 경우 원각사지 석탑을 훼손할 우려가 있고 유리 균열과 바닥돌의 뒤틀림이 지반의 불균형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어 탑 주변 지반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유리 보호각은 산성비와 비둘기 배설물 등이 원각사지 석탑을 훼손한다는 지적에 따라 시가 문화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1999년 말 설치했다.

유리 보호각 동쪽면의 18개 판유리(각 1.5×1.5m) 가운데 하나에 균열이 생긴 것은 9월 중순. 조각이 떨어져나가지는 않았지만 무수한 균열로 인해 유리 자체가 뿌옇게 보일 정도다.

또한 보호각의 동남쪽 철제기둥에 붙어있는 가로 세로 각 20cm의 바닥돌과 보호각 정면(남쪽)의 바닥돌이 뒤틀려 10cm 이상 솟구쳐 올랐다. 보호각 북쪽의 바닥돌도 3∼5mm의 틈이 3m 길이로 벌어져 있고 보호각 북동쪽 기둥에 닿아 있는 바닥돌 역시 길이 20cm 정도의 균열이 발생했다.

원각사복원위원회의 보리 스님은 “지난해 말부터 바닥돌이 뒤틀리기 시작했는데 탑골공원 인근의 고층 건물 공사로 인해 탑 주변 지반이 흔들렸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고 말했다.

관리 주체인 종로구청과 서울시는 “제한된 공간에서 유리가 팽창해 압력을 이기지 못했거나 판유리 연결 부위를 너무 조였기 때문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인을 조사해 10월 중순까지 유리를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와 시는 바닥돌 뒤틀림 현상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한 문화재 전문가는 “보호각 주변의 바닥돌에 균열과 뒤틀림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주변 지반의 힘의 균형이 흐트러져 발생했을 수 있기 때문에 지반 안전에 대한 면밀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각사지 석탑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보호각을 세웠지만 결국 탑을 가두어 숨통을 조이고 탑의 위엄마저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이번 기회에 원래처럼 야외에 노출된 상태에서의 보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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