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쓰레기에 묻힌 왕돌초를 살려라"

  • 입력 2003년 10월 1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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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돌초를 살려라.’

경북 울진군 후포항에서 25km 가량 떨어진 바닷속에 숨어 있는 거대한 암초인 왕돌초(왕돌암).

‘동해의 이어도’ ‘동해의 금강’ 등 아름다운 수식어가 붙는 수산자원의 보물창고지만 폐그물 등 바닷속 쓰레기로 신음하고 있다.

한반도와 울릉도, 일본을 연결하는 거대한 해저산맥의 일부인 왕돌초는 조류가 바위에 부딪히면서 바닥의 영양소가 떠올라 고기떼가 몰려들게 만든다. 이 때문에 오래 전부터 황금어장으로 어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2월 왕돌초를 국내 처음으로 해저지형물 공식 명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왕돌초 주변에 수산물이 풍부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 일대는 일부 어민들이 무차별적으로 고기를 잡는데다 스쿠버다이버들도 눈독을 들였다. 지난 20여년 동안 왕돌암은 보호 관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잡고 보자’식의 무분별한 남획이 잇따랐다.

울진군은 9억원을 들여 지난달 15일부터 왕돌초 일대 1만 3700ha를 대상으로 바닷속 쓰레기 수거작업을 처음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왕돌초는 황금어장은커녕 고기 한 마리 찾을 수 없는 황폐해진 바윗덩어리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동안 왕돌초가 얼마나 방치돼 있었는지는 수거되는 쓰레기가 잘 보여준다. 작업선 8척이 투입돼 10일 동안 100∼200m 바닥에 가라앉은 폐그물과 통발 등을 14t이나 건져올렸다. 하루 1t 이상을 수거한 셈이다. 어민들이 “왕돌초 어장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유가 드러난 것이다.

연말까지 예정된 해저 쓰레기 수거작업이 끝나면 적어도 200t 가량 건져 올릴 것으로 보인다.

울진군은 왕돌초 대청소가 끝나면 평해읍∼후포면 일대를 바다목장으로 가꿔 다양한 어종이 몰려들게 한다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울진군 서대환(徐大漢) 어업관리담당은 “왕돌초 일대는 다양한 어류는 물론이고 대게 서식장으로도 중요한 곳인데 온통 쓰레기여서 수산물이 산란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라며 “왕돌초 일대는 어민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중요한 곳인 만큼 어민들이 옥토를 가꾼다는 마음으로 관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10월 중 왕돌초에 해양관측장비(사진)를 가동할 예정으로 현재 시험을 하고 있다.

관측장비가 가동되면 선박들이 풍향 풍속 기온 파고 수온 등 다양한 해양 정보를 인터넷으로 알 수 있다. 포항해양수산청 측은 “어선들이 관측시설에 배를 대고 낚시를 하면서 장비를 훼손하는 경우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울진=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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