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단체장 사전선거운동 경계해야

  • 입력 2003년 9월 26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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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에 나설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해 선거 180일 전까지 사퇴하도록 한 선거법 규정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행정공백 최소화와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그러나 사전 선거운동과 선심행정을 부추길 부정적 측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상당수 출마 희망자들이 ‘단체장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헌재 판결은 단체장의 사전 선거운동 시간과 공간을 더 넓혀주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현재 출마를 생각하는 단체장은 40여명이지만 이번 판결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역의원과 단체장간의 충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자칫하면 전국 곳곳이 조기 총선바람에 휩싸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현행 선거법은 법정기간 외에는 일체의 사전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단체장의 치적홍보 등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법이 있다고 불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당국은 불법 선거운동을 철저하게 감시 감독해야 할 것이다. 지역시민단체나 유권자도 감시의 눈길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당장 닥친 문제는 사퇴 시한을 어떻게 정하느냐다. 관련 조항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일반 공직자와 같이 선거 60일 전까지 사퇴하면 되고, 많은 단체장도 이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국회의원 선거구 중 전부 또는 일부와 겹치는 지역의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단체장은 일반 공직자보다 더 엄격한 사퇴 시한 규정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지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제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90∼120일 전 사퇴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루빨리 이 문제가 정리돼 지방자치가 선거바람에 휘둘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시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 자리가 오로지 금배지를 달기 위한 발판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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