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1번지 결코 양보 못한다"…국내 연구기관들 경쟁가속

  • 입력 2003년 9월 15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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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연구의 메카 자리를 선점하려는 연구기관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 중 두드러진 곳은 한림대 한림과학원,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세대 국학연구원,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이 주목받는 연구 분야로 새롭게 부상한 이유는 역설적이지만 세계화 흐름 때문.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한국인의 정체성 찾기가 요구되는 데다 국제적으로도 지역학으로서 한국 연구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한국학에 관한 한 국내 연구기관들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이점도 갖추고 있다.

한림대 부설 연구기관인 한림과학원(원장 유재천 언론정보학과 교수)은 이달 말 한국학연구소를 개소하고 국내 대학교로는 처음으로 2006년 한국학 대학원을 설립할 예정이다. 유 원장은 “그동안 대학 부설 연구소들이 길러온 한국학 분야의 연구역량을 과학원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대학 부설 연구소로 돼 있는 태동고전연구소와 민족통합연구소도 한림과학원 산하로 옮겨오기로 했다. 2008년까지 강원 춘천시에 별도의 한림과학원 캠퍼스를 마련해 이전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후발주자인 한림과학원은 기존의 한국학 연구들이 인문학 중심으로 이뤄져 온 것과 달리 사회과학적으로 접근해 차별화한다는 구상이다. 또 캠퍼스가 춘천에 있다는 입지를 살려 율곡사상 연구, 강원지역 고고학 등 지역학을 한국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기로 했다.

한림과학원은 한국학 연구를 위해 서울대에서 정년퇴임한 종교학과 정진홍, 국사학과 한영우, 외교학과 김용구 교수 등 5명을 이번 학기에 특임교수로 영입했으며 내년 봄학기에도 5명가량의 특임교수를 더 채용할 계획. 한림대는 과학원에 연간 2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원장 김흥규 국문과 교수)이 내세우는 경쟁력은 한국학의 세계화와 디지털화. 올 4월 부설기관인 국제한국학센터를 개설했고 연구원 예산도 6억원이 증액돼 연간 약 30억원이 편성됐다. 5월에는 디지털 환경에서 조선시대의 정치 경제 문화상을 행정구역별로 제공해 주는 전자문화지도 작성의 기초 작업으로 조선시대 행정구역 복원을 완료했다. 각각 중국과 일본의 전자문화지도를 제작 중인 미국 하버드대,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대와 내년 5월 워크숍을 갖고 연구방법을 공유하는 한편 세계 역사문화지도 공동제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연세대 국학연구원(원장 전인초 중문과 교수)은 대학 부설인 언어정보개발연구원, 현대한국학연구소와 함께 국학진흥연구단을 구성해 국학을 대학의 특성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고문헌 및 고전문학, 국어학, 실학과 근현대사 등. 연구원 예산이 2년 전부터 매년 10억원씩 증액돼 연간 약 30억원으로 늘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정문연·원장 장을병)은 아예 연구원 명칭을 ‘한국학 중앙연구원’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법 개정 건의안을 교육인적자원부에 넘긴 상태. 정문연은 대만의 대표적 국학 연구기관인 국립중앙연구원을 모델로 삼아 연구원 산하에 연구본부를 두고 그 아래 전통문화, 사회문화, 한국사상, 한국 상·고대사, 근현대사, 특수사 등 6개 연구소를 두기로 했다. 또 국내외 200여개 한국학 연구단체와 네트워크를 형성해 그 중심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정문연은 한국학 연구를 위해 10억원의 예산을 국고에서 추가 지원받아 모두 170억원의 연구비를 확보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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