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공장짓기 힘든 나라

  • 입력 2003년 8월 26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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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바로 앞에 수 년 째 방치되고 있는 공터를 두고도 ‘공장부지 부족’ 때문에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해야 할 상황입니다.”

울산 동구 방어동 선박 건조업체인 현대미포조선의 한 간부는 회사에서 직선거리로 약 150m 떨어진 태화강 건너의 남구 장생포동 해양공원 예정지를 볼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고 말한다.

선박 수주량 증가로 공장부지 부족난을 겪던 이 회사는 해양공원 조성 예정지를 2010년까지 7년간 매년 7억원에 임대해 공장부지로 사용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울산지방해양수산청과 울산시 등에 문의했으나 번번이 벽에 부닥쳤다.

이곳에 공장이 증설되면 약 1000명의 고용증대효과가 있고, 연간 110억원의 세수가 발생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한몫을 할 것으로 분석됐지만 이들 관청들은 ‘남의 일’처럼 방관하고 있다는 게 이 간부의 주장.

해양공원 예정지는 1993년부터 1996년까지 울산지방해양수산청이 항로 직선화 사업과정에서 나온 준설토로 장생포 앞바다를 매립하면서 조성된 부지.

당시 공사과정에서 악취 때문에 주민들이 반대운동을 펼치자 해양수산청은 부랴부랴 “민자 1600여억원 등 총 1700여억원을 들여 해양공원을 조성하겠다”고 주민들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해양수산청은 8년이 지난 지금까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가 현대측이 공장부지 임대를 요청하자 “주민동의를 받아오라”고 현대측에 짐을 떠넘겼다. 외자유치와 기업체 애로해결을 위해 올 들어 기업체 출신 중견간부를 잇따라 경제통상 책임자로 영입했던 울산시도 “해양공원 관리권자는 해항청”이라며 팔짱을 끼고 있기는 마찬가지.

울산에서 현대가 이처럼 홀대를 받는 사이 중국 칭따오(靑島) 등 4개 도시의 시장 등은 올 1월부터 현대를 계속 방문, “공장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기반시설도 갖춰주겠다”며 유혹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느 기업이 중국으로 마음이 쏠리지 않을까.

‘산토끼’를 잡으려고 외국으로 뛰어다니지 말고 ‘집토끼’부터 먼저 꽉 붙들어 매는 게 순서가 아닐까.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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