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허가제 시행 먹구름

  • 입력 2003년 8월 24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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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내 비정규직 근로자들로 구성된 ‘전국직업상담원 노조’가 9월 1일부터로 예정된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 구제업무를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출발부터 삐걱거릴 위기에 처했다.

직업상담원 노조원 1800여명은 전국 155개 고용안정센터에서 취업알선, 직업상담, 실업급여 지급 등을 맡고 있다. 각 고용안정센터의 정규직 공무원은 1∼2명에 불과해 직업상담원 노조가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사실상 업무가 마비될 수밖에 없다.

이상원(李尙源) 직업상담원 노조위원장은 “7일과 13일 열린 노동부와의 임금교섭에서 사용자측이 아무런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며 “27일 3차 교섭 때도 진전이 없을 경우 불법체류자에 대한 취업확인서 발급업무를 거부할 방침”이라고 24일 밝혔다.

올해 3월 말 현재 국내 체류기간 4년 미만인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 22만7000여명이 강제출국을 피하기 위해서는 9월부터 두 달간 고용안정센터에서 취업확인서를 받아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에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직업상담원 노조가 실제로 실력행사에 들어가면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를 구제하기 위한 정부의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영세 중소업체 16만여곳도 상당한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21, 22일 대전에서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일부 대의원들이 ‘당장 임금교섭과 고용허가제 업무를 연계하자’고 주장했지만 일단 27일 3차 교섭을 지켜보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조는 대의원대회에서 8, 9월 두 달간 1인당 40만원을 모아 7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파업에 대비하기로 결의했다.

지난해 7월 결성된 직업상담원 노조는 올해 처음 열리는 임금교섭에서 정규직 공무원들과 똑같은 일을 하는 만큼 동일임금을 적용하고 자신들에 대한 기획예산처 예산항목을 ‘일용 잡급’에서 ‘인건비’로 변경해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최병훈(崔炳勳) 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직업상담원의 신분안정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 중이며 임금도 정규직과의 격차를 줄이도록 노력하겠다”며 집단행동 자제를 당부했다.

노동부는 이와 별도로 직업상담원의 불법체류자 구제업무를 돕기 위해 일용직 180명을 충원해 9, 10월 두 달간 고용안정센터에 지원할 방침이다.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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