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路차단 음주단속 슬그머니 부활…경찰 정책 오락가락

  • 입력 2003년 8월 1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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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새벽 서울 마포구 합정동 로터리에서 강변북로로 빠지는 왕복 4차로.

강변북로 방향 편도 2차로 중 1개 차로를 막은 경찰은 주로 1, 2명이 탄 승용차를 중심으로 음주단속을 벌였다.

회사원 이모씨(32)는 “술도 안 먹었는데 음주 측정기를 내밀었다”며 “길을 막지 않고 선별적으로 단속하겠다던 방침은 없어진 것이냐”고 불쾌해했다.

대로를 막고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는 음주단속을 지양하겠다던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운용방침이 사전 고지도 없이 다시 종전의 방식으로 슬그머니 돌아가고 있다.

경찰청은 4월 도로를 막고 무차별적으로 벌이는 방식을 지양하고 선별적으로 음주 징후가 보이는 차량에 한해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낮에 전조등 켠 차 △지그재그로 운행하는 차 △급제동을 하는 차 등 선별 단속의 지침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현재 일부 지방경찰청은 일선경찰서에 ‘간선도로를 막고서라도 단속을 하라’는 지침까지 다시 내려 보낸 상태.

실제로 서울 도봉경찰서는 지난달 30일 밤 종로구 창신동에서 용산구 신창동으로 넘어가는 말미고개 편도 2차로를 막고 종전처럼 일제 단속을 벌였다.

서울 마포경찰서도 거의 매일 심야시간에 마포대교 북단에서 강변도로로 빠지는 길목과 홍익대 앞에서 신촌방향 대로 등 3, 4군데에서 도로를 막은 채 음주단속을 벌이고 있다.

지방도 마찬가지. 대전지역 둔산∼유성간 편도 4차로, 충남대∼노은동간 편도 5차로 등 곳곳에서 거의 매일 길을 막은 채 단속이 벌어지고 있다.

둔산∼유성간 도로로 출퇴근하는 김모씨(38)는 “대로에서의 음주단속이 완화되기는커녕 되레 몇 배나 강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경찰서 교통과 관계자는 “제도 변경 후 처음에는 길을 막는 음주단속을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단속실적이 거의 없어 요즘은 차로에 관계없이 길을 막고 단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길을 막는 음주단속을 완전히 안 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며 “일선 경찰서 재량으로 유흥가 주변 등 사고 우려지역에서 종전 방식으로 단속을 벌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음주단속은 1999년 24만여건에서 2000년 27만여건, 2002년 41만여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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