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백선기/NEIS 해결 본질로 돌아가자

  • 입력 2003년 6월 26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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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저지 연가투쟁에 대해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고, ‘안티 전교조’를 표방한 교육공동체시민연합도 전교조 집행부를 교원노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전국 학교를 초고속 인터넷 망으로 연결해 학생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NEIS 문제가 교육계를 ‘전교조 대 반(反)전교조’로 양분하고 이처럼 극한투쟁을 야기하고 있다. 두 그룹 가운데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를 놓고 교육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도 양분되어 있다.

▼ 정보효율-학생인권이 원래 핵심 ▼

NEIS 문제가 처음 제기된 지난해 9월부터 이달 초까지를 돌이켜 보면 NEIS 문제가 당초의 쟁점에서 많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본래 이 문제의 핵심은 ‘초고속정보망을 통한 학생 정보의 효율적 관리’와 ‘불필요한 정보 유통으로 인한 학생 인권침해’ 사이의 대립구도였다.

그러나 정부가 기존의 ‘전자정부’ 정책에 따라 일선 교사들에게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졸속으로 결정하면서 갈등이 싹텄다. 일선 학교들은 충분한 논의와 고려 없이 기존의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을 파기하고 NEIS를 받아들이면서 갈등을 증폭시켰다. 그 사이 ‘인권침해’ 부분은 슬그머니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이제 갈등의 쟁점은 이전 방식으로 돌아갈 경우 ‘NEIS를 채택하면서 들었던 재정 손실’ 대 ‘CS로 다시 돌아갈 때 드는 엄청난 재정 부담’ 이라는 재정의 문제로 바뀌었다.

이러한 이슈들은 ‘교육부총리의 잦은 입장 번복’ ‘충남 보성초교 교장 자살사건’ ‘전교조와 학부모 및 교장단 사이의 갈등’과 맞물리면서 더욱 혼란에 빠진다.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취임 초부터 NEIS의 도입과 유보에 대해 수없이 말을 바꾸었고 이로 인해 NEIS 찬성과 반대 그룹간의 대립이 더욱 격화됐다. 여기에 보성초교 교장 자살사건이 도덕적 윤리적인 다툼으로 번지면서 이들간의 감정적 대립까지 불러온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대립을 더욱 부추긴 것은 국가인권위원회의 NEIS 수정 권고안이었다. NEIS도입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으므로 이를 폐기하고 이전의 CS체제로 돌아갈 것을 권고한 인권위의 의견은 전교조에는 환영받았지만 이를 반대해온 사람들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일부 교육공무원, 일선 교장 및 교육감들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NEIS 갈등의 본질은 이렇듯 아주 엉뚱하게 변질되어 버렸다. NEIS가 내재하고 있는 정보처리의 효율성, 인권침해 등의 쟁점은 뒷전으로 밀리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두 그룹간의 감정적 문제로 비화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어떠한 문제이든 일단 집단간의 정치투쟁 문제로 비화되면 해결이 극히 어려워진다. 극단적인 대립과 투쟁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처음에 제기됐던 본래의 이슈로 되돌아가야 한다. 즉 학생 정보 처리의 필요성과 인권침해 가능성을 집단간의 이해 다툼이 아니라 학생 입장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학생 관련 자료를 반드시 정보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인권침해의 소지는 어느 정도이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

▼본래 이유로 돌아가야 문제 풀려 ▼

시대적 흐름인 정보화 자체는 인위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보 처리 체제는 이미 우리 사회 모든 부문에서 구축되고 있다. 동시에 정보 유출이나 그로 인한 인권침해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보 처리 체제는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면서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 사안을 놓고 집단간 ‘힘겨루기’와 이념적 갈등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이 프로그램의 수혜자가 되어야 할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기도 하다. 전교조와 반전교조 그룹은 NEIS 문제가 자신의 문제가 아닌 학생들의 문제임을 깊이 인식하고 인권침해 부분은 기술적인 해결을 강구하면서 풀어나가기를 바란다.

백선기 객원 논설위원·성균관대 교수 baek99@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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