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고래고기 식당 '뜨거운 감자'

  • 입력 2003년 6월 25일 2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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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성업 중인 고래고기 식당의 ‘운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9일 독일 베를린에서 폐막된 국제포경위원회(IWC) 총회에서 2005년 제57차 총회 개최지로 울산이 확정되고, 고래 보호를 위한 학술연구활동을 할 ‘고래보존위원회’를 설립키로 결정됐기 때문이다.올해 안으로 설립될 IWC 산하 고래보존위원회는 1986년부터 발효된 상업포경(捕鯨) 금지조치를 계속 이어가는 한편 반(反) 포경국가및 세계 90여개 환경관련 NGO들과 연대해 고래보호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따라서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던 울산 장생포 등에 성업 중인 30여개 고래고기 식당이 있는 상태에서 2005년 IWC 총회를 개최할 경우 울산은 물론 우리나라가 IWC로부터 항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1993년 상업포경을 계속하는 노르웨이의 제품 불매운동을 벌인 적이 있어 ‘고래고기 식당’이 자칫하면 울산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와 선박 등의 해외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이번 IWC 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울산시 유효이(柳孝二) 기획관리실장은 “현재 식용으로 사용하는 고래는 고의로 포획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하지만 IWC와 NGO들이 울산 고래고기 식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2005년 총회 이전까지 해양수산부와 함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생포 고래축제 집행위원장’인 최형문(崔亨文·47)씨는 “고래 음식은 우리의 전통문화”라며 “지금도 상업포경을 계속하는 나라가 많은데 고기잡이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혼획·混獲)를 사용하는 고래고기 식당은 논란소지가 있을 수 없다”고 낙관했다.

울산 남구에서 고래고기 식당을 운영하는 노주열(盧周烈·47)씨는 “합법적인 유통경로를 통해 고래를 손님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만약 IWC 등이 우리의 전통음식문화에 대해 시비를 건다면 국민 기본권 침해”라고 밝혔다.

고래고기 식당에 대해 아직 IWC가 공식적인 반응은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88올림픽을 앞두고 ‘개고기 논쟁’이 벌어진 것과 같이 2005년 IWC 총회 개최를 앞두고 ‘고래고기 논쟁’이 벌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벌써부터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고 있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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