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씨 긴급체포 배경]北송금 공소시효 임박…'속도전'

  • 입력 2003년 5월 29일 19시 47분


코멘트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이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긴급체포함에 따라 30일 소환되는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등 사건의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검팀이 긴급체포라는 카드를 다시 빼어든 것은 “대출은 정당한 정책 판단이었으며 상부의 지시도 아니었고 대북 송금 자금인지도 전혀 몰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이 전 수석에 대한 맞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24일 이근영(李瑾榮) 전 금융감독원장 구속 수감, 28일 이 전 수석 긴급체포 이후 현대 핵심 경영진에 대한 연이은 소환을 단순한 ‘압박’으로만 볼 수 없다는 관측도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핵심 관계자들의 사법처리를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 것.

특검팀 관계자가 최근 “불법행위를 문제 삼지 않고 사실관계 규명만 하려 했다면 특검이 아니라 ‘진상규명위원회’를 도입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단죄 의지를 분명히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더욱이 특검팀으로서는 남북교류협력법과 외국환관리법의 공소시효 3년이 곧 완성되기 때문에 더 이상 사법처리를 미룰 수만은 없다. 2000년 6월 13일 남북정상회담 직전 이뤄진 대북송금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적어도 앞으로 10여일 안에 기소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통치행위에 대한 사법처리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남북교류협력법은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절차법으로, 몇 개 조항을 제외하고 처벌 조항이 없다. 이런 ‘애로사항’들 때문에 특검팀은 기소에 대비해 법학 교수 등을 상대로 조언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특검팀이 정 회장 등에 대해 본격적인 사법처리에 들어가더라도 임동원(林東源) 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나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김대중(金大中) 정권 핵심 인사들을 바로 겨냥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 임 전 특보나 박 전 실장에 대한 형사처벌은 결국 ‘대북송금=남북정상회담 대가=불법행위’로 비칠 수 있고, 이는 사실상 수사 종결을 의미하기 때문에 특검팀으로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대북관계에 미칠 영향과 통치행위 논란 등 민감한 정치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특검팀은 핵심 관계자들의 형사처벌 여부에 대해 수사 막바지에나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