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동서남북/빛바랜 '5.18 민주화 정신'

  • 입력 2003년 5월 29일 0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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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제23주년 기념행사가 27일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자유의 절규 그리‘고 평화’라는 주제의 부활제를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올해 23주년 기념행사는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었다. ‘광주의 상징’인 5·18묘지에서 국립묘지 승격이후 처음으로 기념식이 치러졌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두 번째로 기념식에 참석해 ‘5월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는데 충분했다.

이번 행사는 기존의 형식적인 행사방식에서 탈피해 비슷한 행사를 가급적 한데 묶고 시민들과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개별단체의 행사를 대폭 줄여 전야제, 대동한마당행사에 집중화시키고 올해 처음 각 구청별로 5·18 행사를 개최한 점도 눈에 띈다. 또 광주지역 학생들이 대거 참여해 만든 ‘518m 협동화’와 ‘시민주먹밥 나눠주기’ 행사 등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올 5·18을 보내면서 여전히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 학생들의 기념식장 앞 도로 점거시위로 노 대통령이 18분이나 기념식에 늦게 참석하는 등 행사에 차질이 빚어진 점은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학생들은 노 대통령의 굴욕적 방미(訪美)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시위를 벌였다고 했지만5월 희생자들의 기일(忌日)에 그것도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신성시되는 5·18묘지에서 학생들이 보여준 태도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한총련과 광주전남지역총학생회연합(남총련)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전달하려 했으나 시위 진행상의 미숙으로 5·18 유가족과 참배객들에게 본의 아닌 불편과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그들의 빗나간 행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5·18 부상자회의 한 회원은 “그동안 대학생들의 참여로 전남도청 앞 5·18 전야제 등 행사가 성대하게 치러져 항상 빚을 진 마음이었지만 이번 행동만큼은 용서가 안된다”며 “한총련은 5·18 정신과 관련자들의 숭고한 희생이 빛이 바래지 않도록 자숙해야한다"고 말했다.

5·18의 전국화와 세계화도 과제로 남는다. 올해 타 지역의 5·18 행사는 부산시민한마당, 대구, 인천지역 기념행사 등에 불과했고 주관단체도 자치단체가 아닌 시민사회단체들이었다.

또 16일부터 19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국제평화캠프가 당국의 해외 민주인사 입국 불허조치로 취소된 일은 ‘5·18 세계화’의 걸림돌이 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민주와 인권’ 그리고 ‘희생과 나눔’이라는 5월 광주정신이 살아 숨쉬는 내년 5월을 기대해본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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