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털 필링]"의사가 직접해야" 판결 피부미용업소 비상

  • 입력 2003년 5월 28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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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씨(32·여)는 지난달 강남의 한 피부관리실에서 기미치료를 위해 ‘크리스털 필링’(피부 박피술의 일종)을 2차례 시술받은 뒤 기미가 더 심해지고 피부에 염증이 생겼다. 김씨는 나중에 피부과 의사에게서 부작용 치료에만 3개월여가 걸린다는 설명을 듣고는 깊은 시름에 빠졌다.》

이같이 피부박피술을 받은 뒤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스킨케어’, ‘에스테틱 케어’ 등의 이름을 내건 피부관리실이나 미용실에서 ‘피부관리사’가 주로 시술해 온 ‘크리스털 필링’도 의사가 직접 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이 시술은 미용보다도 피부 치료를 위해 이용되는 예가 많은 데다 전문지식 없이 환자의 피부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시술할 경우 피부 손상 등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의료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

그러나 쉽게 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관행적으로 이 시술을 해온 전국의 피부관리실에서는 이번 판결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크리스털 필링을 비롯한 각종 필링은 피부관리실의 주요 소득원 중의 하나. 1회 가격이 15만∼20만원에 달하는 크리스털 필링은 한번만 해서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여러 번 시술받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보호원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피부관리실에서의 피부박피술에 의한 부작용 상담건수가 전체 피부미용 상담의 23%를 차지할 정도였다

강남의 한 피부관리실에서는 “우리가 하는 크리스털 필링은 병원에서처럼 많이 벗겨내는 것이 아니므로 괜찮다”며 “피부 상태에 맞춰 시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43)은 “피부관리실에서 받은 필링 시술로 문제가 생겨 피부과를 찾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며 환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이같이 피부관리실에서 의료행위인 필링을 무분별하게 시술하는 것은 무면허 피부미용업자가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피부미용관리사협회(협회)에 따르면 전국의 피부미용업소는 14만8000개. 적어도 30만명이 이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협회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5만명도 안 된다는 것. 물론 협회의 자격증도 국가공인자격증은 아니다.

협회 조수경 회장(50)은 “회원들을 상대로 크리스털 필링 등 각종 필링을 시술하지 못하도록 홍보하고 있지만 자격증조차도 없는 무자격자가 많아 한계가 있다”며 “정부에서 피부관리자격증을 공인해 줘야 이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방법원 형사3부(부장판사 황경남·黃京男)는 최근 간호사나 의료기사면허증이 없는 피부관리사로 하여금 크리스털 필링을 시술하게 한 혐의(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로 K피부과 원장 A씨(38)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1심의 무죄판결을 파기한 것으로 크리스털 필링은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의사가 직접 시술해야 한다고 사실상 못 박은 셈이다.

:크리스털 필링:필링(peeling)은 껍질을 벗긴다는 의미로 기계를 이용해 산화알루미늄 입자를 얼굴에 분사함과 동시에 떨어져 나온 각질층의 피부조직을 다시 흡입하는 방법으로 미백 효과를 주는 시술로 여성들 사이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피부치료 방법이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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