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5.18 舊묘역 연간예산 45만원

  • 입력 2003년 5월 16일 20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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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광주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광주 북구 망월동 5·18 구 묘역이 관리 소홀로 방치되고 있다.

구 묘역 인근에 조성된 5·18 신 묘역이 지난해 7월 국립묘지로 승격되면서 생태학습장이 조성되는 등 깔끔하게 단장된 것과 달리 구 묘역은 연간 예산이 45만원에 불과하고 관리인도 지정돼 있지 않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다.

5·18 구 묘역에는 80년 5월27일 계엄군의 도청진압작전 때 숨진 127명과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다 숨진 사람 등 5·18 관련 희생자 139명이 안장됐다. 1997년 새로운 5·18 묘지가 조성되면서 희생자들이 이장돼 현재는 빈 봉분만 남아 있으며,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 숨진 이한열씨 등 37명의 시국사건 관련자들의 묘가 있다.

구 묘역은 5·18 유족회가 82년 당국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첫 추모제를 지낸 이후 80년대 후반까지 5·18 기념식이 열리는 등 5·18의 정체성을 간직한 역사적 공간으로 자리매김돼 97년 광주시로부터 5·18 사적지 24호로 지정됐다.

구 묘역은 이 같은 상징성 때문에 매년 5월이면 1만여명의 참배객들이 찾고 있으나 신 묘역이 국립묘지로 승격된 이후 냉대를 받고 있다.

광주시가 12일 인부들을 동원해 벌초를 하기 전까지 구 묘역과 참배단에는 잡초가 무성해 참배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방문객들이 5월 정신 계승을 다짐하며 쌓았던 5·18 돌탑마저 허물어진 채 방치되고 있다.

구 묘역에서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씨(45)는 “예산이 적다보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수년전에 설치된 안내판과 배치도를 새로 교체하고 참배객들에게 구 묘역을 소개하고 관리하는 관리인을 상주시키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국가보훈처로 관리업무가 이관된 5·18 신 묘역은 최근 묘지 정문 옆 4300여평에 야생화와 장미를 심는 등 휴식 및 생태학습 공간을 조성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내년에는 예산을 확충해 구 묘역 뒤쪽에 시민 쉼터나 교육공간을 조성하는 등 관리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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