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건교부장관 혼자 책임질 일인가

  • 입력 2003년 5월 16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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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는 끝났으나 미숙하고 무원칙한 대처로 국정혼란을 초래한 정부의 과오와 실책까지 함께 묻혀선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공약집 첫머리에서 약속한 책임행정의 구현을 위해서라도 사의를 표명한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을 포함한 관계 장관 모두에게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사태의 모든 단계에서 시행착오의 범주를 벗어나는 중대한 잘못을 숱하게 범했다. 해묵은 현안인 데다 집단행동 예고까지 있었는 데도 관계 장관들이 사전에 현황파악조차 못한 것은 직무태만을 넘어선 직무유기였다. 정작 파업이 시작되고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끊임없이 허둥지둥하고 오락가락한 것은 국정수행 능력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노 대통령까지 위기관리시스템의 부재를 한탄할 정도였으니 달리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뒤늦게 부산을 방문한 관계 장관들이 현지에서조차 수습책임을 서로 떠넘기려한 것은 보기 흉한 무책임과 보신주의의 전형이었다. 최 장관의 사의표명은 자책감 외에도 정부의 의사결정 구조와 위기대처 방식에 대한 불만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 정부가 협상과정에서 계속 화물연대에 질질 끌려 다니고 결국 항복하다시피 화물연대의 요구를 거의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그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또 만만찮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당장의 피해는 오히려 작은 것일 수도 있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정부에 대한 신뢰상실과 국정원칙의 붕괴에 따른 밀어붙이기식 집단행동의 빈발 및 국가경쟁력 추락이다.

그런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 임명된 지 3개월도 안 됐다고 문책을 주저할 이유는 없다. 장관직에 임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얼마 전 청와대가 대변인을 경질하면서 ‘모든 조직은 태어날 때부터 개혁대상’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은 국정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재점검을 위해서라도 관계 장관들의 책임을 물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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