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의 교훈]후진적 物流시스템 대수술 불가피

  • 입력 2003년 5월 15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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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새벽 정부와 전국하역운송노조 화물연대의 협상타결로 파업이 끝남으로써 물류대란과 수출마비라는 곤경에서는 벗어났다. 하지만 파업 대처 과정에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나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또 9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화물연대 부산지부와 경인내륙컨테이너기지(ICD)의 파업으로 발생한 수천억원의 경제적 손실 보전과 추락한 대외 신인도 회복 문제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다.

여기에 파업 과정에서 실상이 낱낱이 드러난 한국의 후진적인 물류시스템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문제도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이 작업이 늦어질수록 노무현(盧武鉉) 정부가 핵심과제로 추진하는 ‘동북아 경제 중심’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시스템 보완 시급=화물연대 파업이 ‘수출 물류 부분적 마비’라는 상황으로까지 확대된 데는 여러 요인이 얽힌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미흡한 대처가 주 원인이 됐다.

우선 정부가 화물연대의 요구에 적극 대응하지 않고 질질 끌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 지입제 철폐의 경우 정부가 95년부터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던 것. 하지만 이후 사업자 단체 등의 로비에 밀려 흐지부지됐다.99년에는 이듬해 하반기 시행하기로 했지만 마찬가지로 지켜지지 않았다.

부처간 보신주의도 도마에 올랐다. 14일 부산을 방문한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모두 사태 해결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한 것은 이를 잘 보여주었다.

여기에 정부 안에서 이번 사태를 종합적으로 관할하고 조정하는 곳이 어디인지가 혼란스러울 정도였던 점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청와대도 4월28일부터 시작된 화물연대 파업이 심각한 국면으로 치달은 이달 12일에서야 비상대책반을 가동했을 정도다.

▽무역 차질과 신인도 하락=이번 파업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손해비용은 수천억원에 이른다.

한국무역협회는 부산과 광양항의 수출비중, 최근 반출입 상황 등을 분석한 결과 9∼14일 5억4000만달러가량의 운송 및 선적 차질이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여기에 포스코 INI스틸 한보철강 등 화주(貨主)업체들은 운송업체가 화물연대와 운송료를 15% 정도 인상키로 합의함에 따라 연간 100억원 안팎의 수송비 추가 부담을 안게 됐다.

재계는 이 같은 손실과 비용 추가 부담이 수출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편 금전적 피해 이외에도 한국 경제 및 사회에 대한 외국 바이어의 신뢰도가 떨어진 것도 수출 경쟁력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전망이다.

▽발등의 불, 물류시스템 선진화=물류전문가들은 이번 화물연대 파업 사태를 “그동안 제조업 중심으로만 경제를 운영하면서 물류를 등한시해 온 결과가 곪아터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류체계의 문제점으로는 △다단계 운송계약제 △지입차주 문제 △영세한 운송업체 △취약한 화물정보 공개시스템 △지나치게 높은 육상 운송 비율 등이 거론된다.

교통개발연구원 신동선(申東先) 연구위원은 “정부가 시장운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국가물류정보망을 재정비하는 한편 물류회사의 투명경영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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