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가다 서다…'경부 저속도로'

  • 입력 2003년 3월 27일 2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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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국토대동맥으로 불려왔던 경부고속도로가 교통량이 급증하면서 더 이상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가벼운 접촉사고만 일어나도 도로가 마비될 정도로 정체가 잦은데다 소통에도 시간이 많이 걸려 운전자들은 언제 어디서 정체가 생길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

25일 오후 2시경 북대구 IC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은 주차장으로 변했다.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차량들이 이어지는데도 도로공사 측은 정체상황에 대한 아무런 안내도 없었다. 고속도로 진입 직전에 차를 돌리는 운전자들이 많아 진입로는 더욱 혼잡했다.

전날 오후 경산방향 경부고속도로는 견인차량이 고장난 승용차를 끌고 가는 바람에 후방으로 몇 km나 차량행렬이 꼬리를 물었다. 영문을 모르는 운전자들은 30분 가량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북대구 IC를 통해 경산으로 가던 회사원 김상우씨(40)는 “대구시내를 가는 것보다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는 편이 빨라 자주 이용하지만 언제 막힐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접촉사고라도 나는 경우에는 소통시간을 예측할 수 없어 운전자들은 대책없이 고속도로에서 애를 태우기 일쑤다.

구미∼동대구 구간의 경우 연간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평균 500여건으로 하루 1∼2건이 발생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에 갓길이 있는 경우에는 그나마 소통이 빠른 편이지만 갓길이 없으면 소통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

경부고속도로가 이처럼 ‘불안한 도로’로 전락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비좁은 차로 때문이다. 경주∼추풍령 구간 경우 편도 2차로에 불과해 사고 등으로 한 개 차로가 막히면 속수무책이다.

20일 동대구 IC 부근 도로에 소형 화물차 1대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바람에 운전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 개 차로는 통행할 수 있었지만 차량이 쏠리는 바람에 정체가 오랫동안 계속됐다.

대구∼경주 구간을 자주 다닌다는 중학교 교사 황준성씨(44)는 “고속도로 통행료는 꼬박꼬박 내는데도 걸핏하면 정체돼 짜증 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며 “정체로 시간을 맞추지 못하거나 연료를 허비하는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부고속도로의 70년 7월 준공 당시 하루 통행량은 3000여대였지만 지금은 80만대 가량으로 200배 이상 늘었다. 경북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원들은 “사고수습을 빨리 하고 싶어도 현장접근이 어려워 순찰차에서 내려 뛰어가는 경우도 잦다”며 “경부고속도로가 터져나갈 지경이라 운전자들이 과속을 줄이고 양보운전으로 사고를 줄이는 게 그나마 대안”이라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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