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전남 문화유적 훼손 심각

  • 입력 2003년 3월 19일 2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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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지역 문화유산이 자치단체의 관리소홀과 무관심으로 수난을 당하고 있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중요 유적지에 대한 역사적 가치의 재평가와 함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가꾸기 위한 복원 및 관리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문화재청은 12일 전남 화순군 이양면 쌍봉사에서 신라시대 유물인 철감선사탑(국보 제57호)의 탑 상륜부(相輪部)가 동쪽으로 3분의 1 정도 밀려나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조사를 벌였다.

쌍봉사는 신라 경문왕때 철감선사가 창건한 사찰로 쌍봉인 그의 호를 따서 이름이 지어졌으며 훼손된 탑은 전체가 8각으로 이루어져 있고 사자, 연꽃 등 돌에 새겨놓은 각종 조각이 일품이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전문 도굴범이 탑 안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리를 훔치기 위해 탑을 훼손한 것으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훼손된 탑은 14일 원형대로 복원했다.

쌍봉사 주지스님은 “그동안 수차례 군에 철감선사탑의 훼손을 막기위해 사방에 철책을 설치해달고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고 말했다.

장성군 황룡면 금호리 백자 가마터는 관리대상 문화재로 인정받지 못해 현장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

이 유적은 길이 300m, 폭 150m 규모의 낮은 구릉지세를 이용한 가마터로 분청사기, 청화백자, 제기(祭器), 잔 등 조선 후기의 다양한 백자유물이 출토되고 초벌구이 그릇, 불에 탄 흙더미 등이 남아 있어 가마터 형성과 소성과정을 연구하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장성군 관계자는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 않아 관리 책임은 없지만 훼손이 심하다는 지적에 따라 조만간 전남도와 함께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지에 네모꼴로 쌓은 특이한 구조의 여수시 여천동 석창성지(지방기념물 제106호)는 유적지 발굴만 대충 마친채 보존을 위한 시설은 안내판 몇 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조선시대 유물인 이 성지는 유사시에는 읍성 역할을, 평소에는 미곡을 보관하는 창고 역할을 해 역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현재 잡초에 뒤덮여 있으며 성 주위 곳곳에 쓰레기가 널려져 있다.

1663년 네덜란드 선원인 하멜이 표류도중 여수에 머무는 동안 고국으로 돌아가는데 도움을 줬던 이도빈 수사 선정비(여수시 종하동)도 그동안 역사적 중요성이 수차례 강조돼 왔지만 비석 곳곳이 마모돼 비문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방치되고 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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