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불났을땐 어떻게 하나요"

  • 입력 2003년 3월 19일 2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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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이후 재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재난방지 및 대피훈련을 신청하거나 소방설비 점검을 요청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구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 1800여명은 15일 오전 학교 인근 경산소방서 직원들을 초청해 화재대피 훈련을 했다. 이날 행사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요청해 이뤄졌으며 1시간 동안 소화기 작동법과 대피요령 등을 익혔다.

학생들은 이같은 소방대피 훈련을 학기마다 정기적으로 열 계획이다. 기숙사 자치회장 신창현(申昌鉉·26·생명과학부 4년)씨는 “기숙사는 많은 학생들이 상주하는 일종의 다중 시설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화재 등 비상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비상대피훈련을 기숙사의 새로운 전통으로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지곡동 포항제철중학교도 이날 처음으로 전교생과 교직원 등 2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소방훈련을 실시했다. 포항소방서 소방관 30명과 함께 진행한 이날 행사에서 학생들은 교실에 불이 난 상황을 가정하고 모의 대피훈련을 했다.

학생과 교직원 가운데 소화기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게 소방서 측의 설명. 이 학교 박회진(朴會珍) 교장은 “대구지하철 사고로 경각심이 높아진 탓인지 학생과 교직원의 반응이 대단히 좋았다”며 “평소 소방서와 함께 재난대비 훈련을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각 소방서에는 소방기 사용법을 시범해달라, 대피요령을 알려달라, 소방설비를 점검해달라 등 ‘재난대비’를 요청하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대구동부소방서는 지하철 참사 이후 동부경찰서와 대구공항 아파트 단지 학교 등 10여곳에서 합동소방훈련을 했으며 찜질방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4000여곳에 재난대비를 당부하는 편지를 보냈다.

김종원(金鍾元) 서장은 “그동안 공공기관이나 다중시설과 합동재난훈련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지하철 화재 참사 이후 돌발적인 위험에 대한 안전의식이 빠르게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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