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라빌레트 과학관, '보고 만지기’ 넘어 '마음으로 느끼게’

  • 입력 2003년 3월 9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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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빌레트 과학관에서 어린이들이 곤충을 관찰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제공 라빌레트과학관
라빌레트 과학관에서 어린이들이 곤충을 관찰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제공 라빌레트과학관
중국 격언 중에 ‘들은 것은 잊어버리고 본 것은 기억하며 해본 것은 이해한다’는 말이 있다. 과학관을 설명하는 데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즉 직접 조작해 보는 경험을 통해 과학을 이해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전시물을 핸즈온(Hands-on) 전시물이라고 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익스플로러토리움의 전시물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직접 조사하고 과학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서 과학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주목받고 있다. 바로 하츠온(Hearts-on) 전시다. 파리 라빌레트 과학관이 바로 그런 곳이다.

‘느낌을 주는 전시’는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다. 우선 관람자들에게 흥미로워야 한다. 서울대 물리교육과 김소희씨의 논문에 따르면 학생들은 조작방법이 재미있는 전시물을 가장 좋은 전시물로 꼽았다. 이것은 관람자들의 흥미가 전시물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흥미가 감동으로 이어지려면 이해라는 다리를 건너야 한다. 전시물을 이해하려면 교육활동이 뒤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파라볼라 안테나의 원리를 보여주는 소리 반사경은 관람자들이 파동의 일종인 소리가 안테나에 반사돼 초점에 모이는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위성 수신안테나나 전파망원경까지 이해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관람자들이 전시물을 보면서 홱 지나가 버린다면, 전시물과 관람자간의 대화는 수박 겉핥기 식이 된다.

파리 라빌레트 과학관은 관람자들이 전시물을 통해 갖는 경험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물과 관련된 30여 종의 활동책자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과학관의 주관람객인 학생들이 과학관을 학교 밖 과학활동의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이다.

활동책자에는 전시 공간 안내, 전시 주제의 의미, 과학적인 개념, 전시물을 가지고 해 볼 수 있는 활동, 참고문헌 등이 제시돼 있다. 이러한 라빌레트 과학관의 전략은 현재의 고객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다. 성인 고객이 될 학생들이 과학관의 전시물들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미리부터 교육한다는 측면도 있다. 이것은 점점 줄어드는 학생수, 늘어나는 성인층이 과학관을 문화의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한 고려한 장기적 전략이기도 하다.

카메라, 녹음기, 편집실이 연출된 스튜디오 세트에서 방송놀이를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어린이들, 식수가 정화되는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는 중년의 남자, 착시의 방에서 거인처럼 보이는 남자친구를 보며 웃는 연인, 로봇을 만들기 위해 워크숍에 모여 있는 학생들이 만들어낸 라빌레트 과학관에는 과학이 문화를 숨쉬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파리=장경애 동아사이언스 기자 ka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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