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체장애아 특수학교 대구보건학교 시설 바꿈

  • 입력 2003년 2월 18일 21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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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유를 찾았어요.”

감옥보다 못하다며 학부모들의 원성을 샀던 지체장애아 특수학교인 대구보건학교(교장 박승영·朴勝英·대구시 남구 대명동)가 전국 최고의 시설을 갖춘 학교로 탈바꿈했다.

대구시교육청과 학교법인 영광학원은 46억원을 들여 쓰러져가던 건물과 시설을 허물고 장애학생들이 거의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건물을 지었다. 재학생 120여명은 3월부터 이 곳에서 비로소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게 됐다.

학부모가 아이를 학교까지만 데려오면 현관에서부터 3층까지 아이들은 ‘혼자힘으로’ 얼마든지 오르내릴 수 있다. 2층에 널찍한 강당 겸 체육실도 마련돼 학생들은 친구들과 마음껏 운동도 할 수 있다.

휠체어 4대가 동시에 탈 수 있는 엘리베이트를 포함해 물리치료실 놀이치료실 생활훈련실 작업치료실 미술실 전자실 음악실 보건실 등을 두루 갖춰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어느나라 특수학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장애아를 위한 배려가 가득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교실안 화장실. 교실 한 켠에 마련된 1평 가량의 깔끔한 화장실은 수업 중 학생들이 선생님의 도움 없이도 이용할 수 있다. 13년째 근무하는 김미정(金美廷·36) 교사는 “지난해까지만해도 교실에 남아있는 아이들이 걱정돼 화장실이 필요한 아이들을 따로 떨어진 화장실에 데려가기가 겁났을 정도”라며 좋아했다.

또 하나. 층을 오르내리는 통로의 경사를 9도 정도로 낮춰 휠체어를 큰 힘 들이지 않고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특수교육진흥법에 따르면 휠체어 이동 통로의 경사도는 9도 가량 이지만 이 규정을 지키는 곳은 드문 편. 이 학교도 지난해까지 통로 경사가 45도나 돼 휠체어가 이동하려면 학부모 한 두명이 도와주어야 했다.

64년 개교한 대구보건학교가 40년만에 낡은 시설을 걷어내기까지는 학부모들의 애끓는 호소가 큰 역할을 했다. 학부모들은 지난 10여년동안 학교측과 대구시교육청을 수없이 오가며 시설개선을 요구해 왔다. 학부모대표 송일영(宋一永·39·대구시 북구 침산동)씨는 “학부모들이 큰 짐을 덜어 너무 기쁘다”며 “아이들이 학교에서 불편없이 하고 싶은 공부와 놀이를 마음껏 하게돼 표정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전국에는 현재 136개 특수학교(대구 8, 경북 7곳)에서 2만 4000여명의 장애아동이 교육을 받고 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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