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사람/포스코 안내 주부 도우미

  • 입력 2003년 2월 11일 00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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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포항제철소)가 가동을 시작한 70년부터 지난해까지 이곳을 방문한 국민은 대략 1500만명. 매년 40만∼50만명이 찾아 청소년 수학여행 등 단체여행의 필수코스로 자리잡았다.

포스코 정문에서 방문객들이 처음 만나는 사람은 ‘포스코 안내 주부 도우미들’이다. 이들은 초등학교 운동장의 900배에 해당하는 270만평의 거대한 공장의 이모저모를 방문객들에게 꼼꼼하게 알려준다.

포스코 직원의 부인 20여명으로 구성된 안내 도우미 전통은 올해로 16년째. 이들은 방문객들이 타고 오는 차량에 동승해 50분동안 제철소의 구석구석을 돌며 쉴 새 없이 설명을 쏟아낸다. 딱딱한 느낌이 드는 철강이 이들의 목소리에 부드럽게 녹는다.

도우미들이 제철소를 한바뀌 도는 동안 이야기하는 분량은 A4 용지 10매 정도. 쇠를 만드는 복잡한 과정을 요약한 이 내용을 완벽하게 암기하는 것이 도우미가 될 수 있는 첫 번째 자격이다. 도우미로 선발되려면 7대 1가량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포스코의 첫 인상을 심어 준다는 생각에 늘 긴장되죠. 청소년이나 노인들이 한결같이 우리나라에 이렇게 거대한 제철소가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는 이야기를 할 때면 뿌듯하고요. 방문객이 몰려드는 봄이 되면 하루 서너번씩 안내를 합니다. 처음엔 남편의 회사라는 생각이 앞서지만 1년 정도 안내를 하다보면 ‘대한민국의 대표기업이구나’하는 느낌이 들지요.”

도우미 대표를 3년째 맡고 있는 강경희(姜京姬·40·스테인레스부 임병준씨 부인)씨는 “1년동안 100회 가량 안내를 하지만 쉽고 친숙하게 설명하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며 “그래도 학생과 해외 동포, 노인분들이 공장을 둘러보고 감탄하는 모습을 보며 긍지를 느낀다”고 말했다.

복잡하고 어려운 제철 용어를 쉽게 설명하는 것도 도우미들의 노하우. 섭씨 1600도인 쇳물을 2∼3일 정도 보관하는 차량(용선차)을 집에서 흔히 쓰는 ‘보온병’에 비유하거나 열연제품(컨테이너나 철구조물용)이나 냉연제품(자동차 텔레비전 냉장고 등 제작용)은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생긴’으로 표현해야 방문객들이 쉽게 알아듣는다.

전남 여수가 고향으로 3년전 결혼과 함께 포항에 살게 된 이은정(李銀貞·27·파이넥스 기술연구소 백민호씨 부인) 도우미는 “친인척이 전혀 없는 포항이 처음엔 무척 낯설었지만 안내 도우미를 하면서 포항이 너무 좋아졌다”며 “포스코는 한국의 자부심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손님을 맞겠다”고 말했다.

포항=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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