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생각에는…]1학년 '알림장' 인터넷활용 어떨까요?

  • 입력 2003년 2월 4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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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있으면 예비 초등학생 엄마들 가슴이 설레는 봄이다. 지난봄에는 산본신도시에 사는 우리 윗동서네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학부모로서는 선배인 내가 우리 윗동서에게 해 준 결정적인 충고. “알림장을 챙겨라!”

알림장은 다음날 학교수업을 위한 숙제와 준비물이 무엇인지 아이들이 매일 적어오는 공책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준비물이 이것저것 많아 처음에는 엄마들이 매일 준비물과의 전쟁을 치르다시피 한다.

알림장을 통해서야 다음날 아이 수업에 뭐가 필요한지 알 수 있는데 문제는 가끔 ‘알림장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도시지역에서는 한글을 안 떼고 학교 가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보니 대부분 학교에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알림장을 쓰게 하거나 한달 정도만 인쇄물로 준비물을 알려준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을 깨칠 필요가 없다는 교육 당국의 말만 믿고 진짜 한글을 안 떼고 학교에 간 아이들은 알림장을 앞에 두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동안은 선생님이 아이들의 알림장을 체크하지만 아이들이 익숙해져서 선생님이 안 봐주시게 되면 이번에는 느린 녀석들이 문제가 된다. 우리 집 큰아이가 딱 그런 경우였다. 소근육 발달이 늦어서 그렇다나. 글씨 쓰는 속도가 느리다 보니 알림장에 적을 내용의 뒷부분을 종종 안 적어 오는 것이다. 빠진 내용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고. 학기 말 선생님을 뵙고서야 사정을 알게 되어 얼마나 민망하던지.

게다가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아이들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적어오는 경우도 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겪은 ‘산가지’ 에피소드. 어느 날 알림장에 ‘산가지 준비’라고 적혀 있었다. 어릴 때 농촌에서 자란 나는 ‘산까치’부터 떠올렸다. “집까치도 아니고 웬 산까치?” 알고 보니 ‘산가지’란 셈 교육에 쓰이는 작은 가지들이었다.

알림장 부실을 보완하기 위하여 같은 반 아이 엄마들과 친해두는 것도 유용하다. 우리 윗동서도 학부모 모임이나 급식당번일 때 인상 좋은 엄마들과 전화번호를 교환해 서로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을 돌다 보니 서울 성신초등 등 일부학교에서는 인터넷 알림장을 반별로 운영하고 있어 부러웠다. 퇴근 후에나 알림장을 보게 되는 취업엄마들에게 특히 유용할 거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큰아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숫자카드 코팅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른 기억이 지금도 선하다. 밤늦게 문구점을 가니 문구점 문은 닫혔지, 다음날 아침에 다시 가니 코팅기계 예열한다고 기다리라 하지…. 결국 그날은 아이도 나도 지각이었다!

박경아 서울 강동구 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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