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여론광장/'국책사업 불사론'과 경인운하 파동

  • 입력 2003년 1월 28일 2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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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까지 뱃길로’. 네덜란드의 수로를 연상케 하는 경인운하 사업의 목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를 백지화한다고 했다가 번복하면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국책사업과 관련해 밀어붙이기에 익숙한 건설교통부가 ‘타당성’ 조사에만 10여년을 매달린 것도 이례적이다. 도시계획에서 타당성 문제는 초기 단계의 필수 절차다.

타당성 논란의 주된 원인은 홍수 예방을 위한 ‘굴포천 치수사업’이 ‘경인운하사업’으로 변질된 데 있다.

1990년대 중반 지방자치가 전면 실시되면서 정부나 자치단체 모두 민자유치사업에 매달렸다. 굴포천 치수사업이 경인운하사업으로 포장된 것도 같은 시기의 일이다. 주변지역 개발사업을 위해 복토가 필요한 것은 간접적인 이유다. 운하를 파서 돈을 벌고 그 흙을 매립지의 복토용으로 사용하고…. ‘꿩 먹고 알 먹는 사업’으로 그 타당성이 포장된 것이다.

수질 악화 등 환경문제나 임시 방수로에 잠재된 치수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또 서울과 인천을 잇는 동서축은 강조됐으나 남북축은 관심 밖이었다.

16㎞(서울∼인천)에 걸쳐 너비 100m로 만들어지는 운하의 남북을 잇기 위한 교량 및 지하차도 건설비 등 무려 1조4000억원이 들 것이라는 지적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시민을 위한 인천∼서울 출퇴근용 선박의 운항 계획은 안중에도 없다.

송도신도시 인근에 지어질 신항만에서 서울까지 선박으로 운송할 철강, 자동차 등 물동량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시민들은 환경단체가 문제삼고 있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에 이런 내용까지 담겨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한 때 재벌과 관련해 대마불사론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국토 파괴의 현장에는 ‘국책사업불사론’의 신화가 자리잡고 있다.

지금 인수위가 할 일은 치수사업과 경인운하사업의 성격이 다름을 다시 확인하는 일이다. 경인운하 백지화 파동이 국책사업의 개념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김민배 인하대 교수·인천시 도시계획위원 mbkim@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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