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수회·교사회 법제화 옳은가

  • 입력 2003년 1월 23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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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회와 교사회를 법제화하는 문제는 그동안 교육부 내부에서도 회의적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학교 운영의 주체가 총장과 교장에서 교수와 교사로 옮겨가면서 학내 갈등과 혼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부가 대통령직인수위에 업무보고를 하면서 법제화 추진 방침을 밝힌 것은 인수위의 강력한 의지를 교육부가 마지못해 수용한 느낌을 준다. 확실한 반대의 소리를 내지 못한 교육부도 실망스럽지만 인수위도 이 문제가 의욕만으로 밀어붙일 일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학에는 이미 임의의 기구인 교수협의회가 있고 초중고교에도 학교운영위원회가 있어서 학교 운영과 관련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초중고교에는 이외에 교총과 전교조가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는 현재의 시스템 아래서 학교 운영이 얼마나 민주적으로 이뤄지는지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대학에 따라서는 교수협의회가 학교 운영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곳도 있으며 학교운영위원회가 교내 의견수렴의 창구로 적절히 활용되는 모범적인 사례도 많다. 반대로 총장과 교장의 전횡과 독선으로 학교 운영이 파행을 겪는 곳도 있다. 그렇다면 현 체제에서도 민주적인 운영이 가능한지와 법제화를 도입할 시점인지를 놓고 경중을 따져 신중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학교 운영의 권한을 총장이나 교장이 가져야 하느냐, 아니면 교수나 교사가 함께 나눠 가져야 하느냐는 것은 교육철학의 문제이자 효율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법제화를 통해 권한을 나눴을 때 과연 효과적인 학교 운영이 이뤄질 것이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는 점을 인수위는 인식해야 한다.

이번 방침에 대한 이익단체의 반발이 벌써부터 거세다. 인수위는 공교육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는 요즘 새로운 갈등의 불씨를 만들면서까지 법제화를 강행해야 옳은지, 공교육 살리기라는 ‘급한 불’부터 끄는 게 옳은지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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