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학연에 매인 교육감 선거

  • 입력 2003년 1월 21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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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대 부산시 교육감 선거가 아주 조용히 끝났다.

이번 선거는 2000년 10월 치러진 보궐선거 때처럼 교육경력이 화려한 인사가 거의 참여하지도 않았고, 정책대결이나 불법선거운동 등으로 시끄럽지도 않았다.

좋게 보면 차분히 치러진 선거지만 부산지역 초중고교의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을 뽑는 선거치고는 너무 맥이 빠진 분위기였다.투표율에도 이같은 사정이 그대로 드러나 지난 보궐선거 때는 94.1%였지만 이번에는 85%로 투표율이 10%가까이 떨어졌고 소견발표회장도 썰렁하기만 했다.덕망과 능력을 갖춘 교육계 인사들 중 입후보가 점쳐지던 인사들은 대부분 출마를 포기, 부산교대 출신인 설동근(薛東根) 현 교육감의 독주가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남의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교직자의 특성도 문제지만 초등과 중등의 대결구도와 함께 부산지역 교육계의 3대 인맥인 부산교대 진주사범 부산사대 출신의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어 교육감 선거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보궐선거의 경우 부산교대 동문회는 단일후보를 내야 당선시킬 수 있다며 당시 출마 희망자 4명에 대한 자체 투표를 실시해 설동근(薛東根) 현 교육감을 ‘낙점’했고 결국 설 교육감은 결선투표 끝에 2위와 상당한 표 차이로 차기 교육감이 됐다.

학교운영위원으로 구성되는 선거인단 중 3분의 1이 현직 교사이고, 나머지 학부모 운영위원들에게도 교사들의 입김이 많이 작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사를 많이 배출한 학교 출신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더구나 동문들의 조직적인 밀어주기가 공공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교육감 선거에서 출신 학교는 마치 거대한 정당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는 인물과 능력위주로 교육감을 뽑는다는 것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다.

활발한 인물검증과 정책대결이 이뤄지는 교육감 선거가 치러지려면 교육계에도 이제는 ‘선거혁명’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부산에서>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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