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重 노조원 분신’ 勞使갈등 확산

  • 입력 2003년 1월 13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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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공단 내 두산중공업 노조원 배달호씨(50)의 분신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이 회사의 노사갈등이 13일에도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심화되고 있다. 노동계는 “이번 사태는 구조조정과 노동자 탄압에서 비롯된 비극”이라며 강경대응을 계속하고 있고, 회사측은 “지난해 노조의 무리한 장기파업이 근본 이유”라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건 발단=9일 오전 6시경 두산중공업 내 보일러공장 앞에서 전 노조측 교섭위원 배씨가 ‘이틀 후면 급여날이지만 (월급이 압류돼) 나에게 오는 돈은 없다. 끝까지 투쟁해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 자살했다.

두산은 2000년말 한국중공업을 인수한 이후 구조조정을 단행, 1120여명이 회사를 떠나는 등 민영화 이후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는 47일간 파업이 계속됐고 회사측은 노조 간부 등 89명을 해고 또는 정직했다. 또 회사측은 가동중단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숨진 배씨를 포함, 60여명의 급여와 부동산을 가압류하기도 했다.

▽노사 주장=두산중공업 노조와 노동계가 참여하고 있는 ‘분신사망대책위’, 민주노동당 등은 “박용성 회장과 경영진의 노동탄압이 빚어낸 참극”이라며 정부차원의 진상조사와 특별근로감독 실시, 해고자 복직과 가압류 철회 등을 요구했다.

노동계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두산의 한국중공업 특혜 인수에 대한 특검제를 실시하고 철저한 재벌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징계와 가압류 등은 정당한 절차였다”며 “사건 이후에도 정상조업이 진행된 것은 집행부의 강경노선에 다수 조합원이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재산 가압류 문제와 배씨의 장례, 사후수습 등에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망=대책위는 13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배씨의 사체에 대한 부검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14일 금속산업연맹 산하 경남지역 48개 사업장의 부분 파업에 이어 16일에도 파업을 벌이기로 하는 등 올 ‘춘투(春鬪)’를 앞두고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회사측 역시 “외부 노동단체가 개입해 노동운동 확산의 계기로 활용하는 것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권 이양기에다 여러 가지 노동 현안들이 맞물린 시점이어서 이번 사태의 파문이 가라앉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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