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수사권 강화 입법 제동

  • 입력 2002년 12월 26일 19시 27분


법무부가 참고인 강제구인제와 사법 방해죄 신설 등을 뼈대로 한 형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법원과 검찰 사이에 갈등 기류가 흐르고 있다.

대법원은 26일 법무부의 개정안 가운데 참고인 강제구인제 도입, 특정 범죄인에 대한 구속기간 6개월 연장 등 수사권 강화 방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대법원은 개정안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현행 공판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법무부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참고인 강제구인제의 경우 참고인의 진술 거부에 대한 대비책이 없는 상황에서 피의자가 아닌 사람을 쓸데없이 구금해 인권을 침해하는 결과만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법원 관계자들은 “핵심 참고인을 조사하지 못해 미제에 빠진 ‘참고인 중지사건’이 전체 형사사건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이 제도가 굳이 필요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대법원은 또 개정안에는 피의자 신문시 변호인 참여를 제한하는 구체적 기준이 없어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변호인 참여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변호인 참여가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불허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의견이다.

사법 방해죄 신설에 대해서도 법원은 강하게 반대했다. 참고인이 수사 기관의 회유 또는 협박에 따라 진술한 내용을 법정에서 번복할 경우 참고인이 허위진술죄로 처벌받게 되면 현행 공판절차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강력 마약 사건 등 특정 범죄자에 대한 구속 기간을 최대 6개월로 연장한 것도 헌법상 보장된 신체의 자유를 크게 침해할 수 있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대검의 한 관계자는 “변호인 참여 제도가 도입되면 검찰 수사력 약화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며 “피의자의 인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범죄 피해자를 위한 보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참고인 구인시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기 때문에 참고인 구인제가 남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고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사법 방해죄가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 검찰의 논리다.

한 중견 변호사는 “개정안이 확정되기 전 법원 검찰 간 합리적인 의견 조율로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영장실질심사제도 도입 당시 벌어졌던 힘 겨루기 식의 갈등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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